하루 만에 550조원 증발…실적·물가 압력에 기술주 투매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4-20 07:30  




미국 뉴욕주식시장에 지정학 위험과 인플레이션 지표, 실적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대규모 매물이 쏟아졌다. 간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격 보복 공격으로 약해진 시장 심리는 인공지능 테마로 분류되었던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와 함께 급격히 무너져내렸다.

현지시간 1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해 한 달만에 5천선을 내줬다. S&P500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43.89포인트, 0.88% 내린 4,967.23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빅테크 기업들의 급락 여파에 318.49포인트, 2.05% 급락하며 1만 5,282.01까지 밀렸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보험, 은행 등 전통 주식들의 반등 속에 211.02포인트, 0.56% 상승한 3만 7,986.4로 대조를 이뤘다.

● 슈퍼마이크로 -23%, 엔비디아 -10% 기술주만 폭락

나스닥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이날 하락을 주도했다. 엔비디아의 GPU인 H100을 이용한 서버 공급을 전담하던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하락의 발단이 됐다. 오는 30일 실적 공개를 앞둔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지난 1월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 전 전망치를 8% 상향 조정하던 것과 달리 이번 3분기(1월~3월)는 가이던스 조정 여부를 미리 밝히지 않았다.

슈퍼마이크로 컴퓨터에 대한 지난 분기 매출 전망치는 40억 달러 수준이다. 루프캐피탈은 매출 47억 달러 수준을 기대하며 목표주가를 1,500달러로 높였지만, 웰스파고의 아론 레이커는 이날 동일비중 의견과 함께 주당 960달러로 목표치를 수정했다.

장 초반 주당 830달러 약보합으로 출발한 엔비디아는 무려 10% 내린 76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고점 대비 20% 가량 조정을 받은 엔비디아는 본격적인 약세장 구간에 접어들게 됐다.

이 여파에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이날 23.14% 급락했고,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기대로 올들어 상승세였던 Arm홀딩스도 하루 만에 -16.9%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AI 서버를 두고 경쟁을 벌여온 AMD도 -5.4% 내리는 등 상당수 종목이 통상적인 범위 이상의 하락을 기록했다.

최첨단 반도체 공급을 전담하다시피한 TSMC는 AI의 강력한 수요에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해 전 거래일대비 -3.43% 내렸고, 네덜란드 ASML홀딩스는 1분기 순예약이 36억 1천만 유로로 시장 예상인 46억 유로를 하회한 여파가 이어져 이날도 -3.32% 하락했다.



● 핵심 인플레 지표 확인 앞두고…연준 발언 더 강해졌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이번 주 인플레이션 2% 달성에 대한 확신이 들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뒤 연준 인사들의 발언 수위가 보다 강해지고 있다. 30일로 다가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앞서 공개발언을 할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 직전 나온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준 총재 역시 금리인하에 회의적인 발언을 내놨다.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연례 컨퍼런스 연설에서 "한 달간의 지표, 시끄러운 인플레이션에 대해 너무 많은 의미를 둘 것 없다"면서도 "하지만 3개월이 지나고 나면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2%를 향해 "순조로운 경로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진전이 정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굴스비 총재는 올들어 '높은 실업률에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황금 경로에 있다'며 인하 주장을 펴온 대표적 비둘기파 연준 인사였다.

전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총재를 비롯해 최근 발언을 꺼낸 10명의 연준 이사들은 공통적으로 금리인하에 대해 '인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수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장이 우려하는 가운데 다음주 26일 미 동부시간 오전 8시 30분에 공개되는 3월 개인소비지출 근원PCE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급등을 반영한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집계한 월가 예상치 평균은 0.3%로 나타났다.



● 테슬라 사이버트럭 전량 리콜…'가속페달 끼임' 불량

반도체주와 함께 전기차 대표기업인 테슬라도 이날 큰 악재로 6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지난 17일 테슬라의 2024년형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에 대한 전량 리콜 명령이 내려졌다.
리콜 명령에 따르면 테슬라 사이버트럭 운전자들 가운데 가속페달을 감싸고 있던 부품이 운전석 하단으로 미끄러져들어가 끼이는 일이 빈번하게 확인됐고, 속도를 줄이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패드는 조립 과정에 잔류 윤활제가 유입되면서 부품이 분리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이에 따라 3,878대의 사이버트럭 전량 리콜을 통해 해당 부품을 교체할 예정이다. 전날 도이치뱅크는 모델2 등 저가형 차량의 부재로 인해 마진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따며 목표주가를 주당 123달러까지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사이버트럭 페달 끼임 불량 사례 (출처 @jeremyjudkins_)


● 지정학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이란, 공습 축소 보도

간밤 이스라엘이 이란 중부 이스파한 공군 기지를 향한 공습은 양측간 명분을 충족한 선에서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로이터와 AP 등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얀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공습에 대해 "시오니스트 지지지들인 미디어가 승리로 포장하지만, 미니 드론은 추락했고 사상자도 없다"고 말했다. 압돌라힘 무사비 이란 육군 사령관도 "폭발은 방공 시스템 사격과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이번 사안에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 회담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은 전 장성인 이스라엘 지브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의 반격 명분을 주지 않을 정도의 상징적인 공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란의 재반격 우려에 배럴당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0달러에 근접하던 유가는 상승폭을 줄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0.74% 오른 배럴당 84.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금값은 트라이온스당 0.25% 상스을 이어가며 2,403.9달러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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