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란다." 월가의 펀드매니저였던 존 템플턴 경의 말인데요. 현재 인공지능(AI) 산업의 상황, 강세장이라면 의례 거치는 성장의 시기인 걸까요? 혹은 하락장의 초입일까요?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ASML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폭포수를 쏟아냈습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역시, 실적 발표 전 호재를 내놓던 '사전발표'를 거른다는 소식에 주가가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도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가격 조정을 받긴 했는데요. 이번 하락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까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하락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제가 취재한 내용들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
정 기자, 엔비디아를 비롯해 뉴욕 증시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주들이 큰 충격을 받았죠.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도 흔들리고 있는데, 실적 전망이 어떻습니까?
<기자>
요즘같은 때일수록 시장의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야 하는데요. 가장 확실한 신호가 실적이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적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우선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 엔비디아, TSMC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목요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데요. HBM 등의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 관련 소부장 기업으로 눈을 돌려보면요. 한미반도체는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이미 발표했고요. 하나마이크론은 시장 기대치엔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전년 대비 성장한 이익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주요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HPSP의 경우 특허 이슈 등에 당장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리노공업은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이고요. AI 시장 개화 속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실적 전망은 좋은데, AI 산업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지금까진 기대감에 주가가 치솟았었는데, 실제 반도체 수요에 대한 우려는 없습니까?
<기자>
물론 있습니다. 오늘 시장만 봐도 국내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도쿄일렉트론이나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와 같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도 덩달아 주가가 출렁이고 있는데요.
제롬 파월 의장이 최근 "금리 인하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발언한 점, 계속된 고환율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있잖아요. 이에 따른 경기 부진이 실제 IT 제품 수요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마냥 장밋빛 미래는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 TSMC도 전력 비용과 기술 개발 비용 등을 감안해 칩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업계에선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고요. TSMC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도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 전망을 10%로 제시했는데요. 이는 기존 전망(20%)에 비해 하향 조정한 것으로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오늘 발제 한 줄로 정리해 주시죠.
<기자>
"컵에 물이 반이나…"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