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가운데 25일부터는 무더기 사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최근 환자들에게 오는 8월 31일까지만 근무한다며 환자들에게 전원을 준비해달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근 진료실 앞에 '외래를 찾아주신 환자, 보호자 여러분께'로 시작되는 게시글을 붙이고 "저희의 사직 희망일은 2024년 8월 31일입니다. 믿을 수 있는 소아 신장분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내드리고자 하니 희망하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소변 검사 이상, 수신증 등으로 내원하는 환자분께서는 인근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에서 진료받으시다가 필요시 큰 병원으로 옮기셔도 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적었다.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는 소아 신장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과목으로, 서울대병원은 국내 유일한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에는 강희경·안요한 교수 2명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이르면 이달 말 사직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애초 내달 10일께 병원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사직을 앞당기기로 했다.
그는 "(교수들은) 오직 환자 때문에 나가지 못했던 것"이라며 "환자를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보낼 환자는 보내면서 준비하면 당장 이번 주부터 (나가도) 되는 사람도 있고, 8월 말이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 근데 나가려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대 의과대학 산하 수련병원에서는 상당수의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자들이 있어 아직 나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울산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인 최창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은 (교수들 사직서가) 다 접수된 상황"이라며 "각자가 날짜 정해서 나가면 되는데, 아직 차마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현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의대 교수들의 이탈이 현실화 될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정부는 '당장은' 무더기 사직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현재까지' 대학 본부에 사직서가 접수돼 오는 25일 수리가 예정된 교수는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
교육부는 임용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여부를 파악했지만, 사직서 자체를 제출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그동안 의대 교수들이 의대 비대위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대학 본부나 병원 인사팀 등에서 밟아야 하는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강의와 진료를 겸하는 의대 교수들은 대학 본부에, 진료하는 임상 교수들은 병원에 사직서를 각각 제출해 결재받아야 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직서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요건과 여러 가지 사전에 점검해야 하는 절차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진행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오는 25일에 당장 효력이 발휘한다고 보긴 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 A씨는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사직서를 비대위에만 제출한 경우도 있긴 하다"며 "지금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진료를 계속하는 교수들이 상당한 상황이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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