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민과 결혼한 불법 입국자의 합법적인 미국 체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고 일해온 불법 체류자들에게 취업 허가증을 발급하거나 추방을 면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특히 부모 한명과 자녀가 미국 시민이지만 나머지 부모 한명은 불법 체류자인 가족들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상 미국 시민과 결혼한 이민자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한 번 이상 불법 입국했거나 위조된 공문서를 사용한 경우 영주권 신청이 금지된다.
미국에는 미국 시민과 결혼한 불법 체류자 약 11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남부 국경을 통해 대규모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이 대선 주요 쟁점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강경한 국경 정책을 주장하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들을 돕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치 참모 중에는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를 엄정하게 다루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안타까운 상황에 부닥친 불법 체류자들을 구제하는 게 정치적으로 이익이라는 인식이 갈수록 자리 잡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불법 이민 문제를 우려하면서도 미국 시민과 결혼한 불법 체류자와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불법 입국한 이민자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시민과 결혼한 불법 체류자에게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부여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방안을 도입하든 결혼 기간이 5년이나 10년 이상인 체류자로 한정하는 등 일종의 자격 제한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제한을 둘 경우 70만명 미만이 수혜자가 될 것으로 친이민 활동가들은 추산했다.
WSJ는 정책 결정이 임박한 것은 아니며 백악관이 대선 전에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남부 국경의 불법 입국을 급격히 억제할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친(親)이민 단체들을 달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구제 조치를 함께 내놓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한 친이민 활동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DACA·다카) 제도와 같은 변화를 가져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카는 부모를 따라 어린 시절 미국에 와 불법체류 하는 이들에게 추방을 면하고 취업을 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으로 있던 2012년에 만들어졌으며 80만명이 넘게 혜택을 받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