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2025년까지 150만대 생산능력 확보
EV 현지 생산 및 라인업 확대 등 전동화 본격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도를 방문해 현지 미래 성장전략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정 회장의 이번 방문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8개월 만으로 커지는 인도 시장의 중요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3일 현대차 인도권역 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함께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이번 타운홀미팅은 정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해외에서 타운홀미팅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 부사장 등 경영진들과 400여 명의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 정 회장 "인도,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할 것"
이번 타운홀미팅은 현대차 인도 100만대 양산체제 구축, 전동화 본격 추진 등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현대차 현지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비전을 공유하고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정 회장은 타운홀미팅 서두에서 '고객 지향 철학'을 강조하며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이며,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도의 다양성에 주목하며 "다양성은 우리의 큰 힘이 될 수 있으며, 다양성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창의성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권역에서 매우 과감하고 대담하게 추진 중인 여러 가지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접 만나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 싶었다"고 타운홀미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인도 권역이 현대차그룹에서 갖는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 경제 침체와 공급망 대란 등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가겠다"며 향후 인도 권역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생산능력 확충·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 현지 전략
현대차그룹은 빠르게 커지고 변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현지를 대표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50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승용차 시장은 410만대 규모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50만대 생산 체제 구축 ▲전기차 라인업 확대 및 전동화 생태계 조성 ▲SUV 리더십 강화 ▲인도 문화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 활동 등을 추진한다.
우선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현대차는 푸네(Pune)에 20만대 이상 규모의 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아도 올해 상반기에는 생산능력이 43만1천대로 확대된다.
인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은 지난해 GM으로부터 인수했으며, 현대차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거점으로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천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기아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도 본격화한다.
이날 정 회장은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면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 첫 현지생산 전기차를 선보이며, 인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한다.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최근에는 양사가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Exide Energy)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인도권역 직원들은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정의선 회장 등 글로벌 경영진과 직접 교류할 수 있게 돼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시간이었고 모든 직원들이 글로벌 리더의 손짓, 말 한마디에 집중했다", "직원들의 셀피 요청에 일일이 응하고 제일 마지막까지 직원들과 함께 해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6년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후 28년간 현지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확대해왔다. 인도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단기간인 판매 5년(2004년)만에 50만대를 돌파했고, 2007년 100만대, 2017년 500만대를 거쳐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824만대를 기록했다. 기아 역시 지난 2019년 첫 판매 이후 SUV 경쟁력을 내세워 연간 2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메이커로 성장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인도 판매 목표를 지난해 85만7,111대보다 3.9% 증가한 89만200대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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