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점차 뒤로 밀려나는 가운데, 미국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한 국내 서학개미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국내 서학개미들이 지난해부터 미국 국채에 대거 투자하지 않았습니까?
손실이 클 거 같은데, 이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서학개미들은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인하에 따른 국채 가격 상승을 노리고 지난해부터 미국 국채 ETF를 사들여 왔습니다.
제가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리스트를 살펴봤는데, 무려 4개 종목이 미국 중장기 국채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였습니다.
하지만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사라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미국 국채 ETF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특히 서학개미들이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TMF는 20년물 이상 미국 장기채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만큼 충격이 더 큰데요.
연초 이후 31% 폭락했습니다.
<앵커>
안전자산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미국 국채에 묻지마 투자하는 것은 좋은 전략 같아 보이진 않네요.
<기자>
맞습니다. 최근 미국의 위태로운 재정상태까지 감안해 보면 안전자산의 입지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조 바이든 정부는 작년 9월말로 끝난 2023 회계연도 기준 약 1조 7천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 중인데요.
이는 미국 GDP의 6.3%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여기에 미국 국가부채도 지난해 33조 달러를 넘어섰는데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표심잡기용 돈풀기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재정상태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늦춰진 만큼, 연준의 기조가 바뀌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 미국 국채 투자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큰손들도 미국 국채를 정리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 보유액 2위 중국과 10위 스위스가 올해 미국 국채를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지난 12월 이후 미국 국채를 410억 달러나 팔아치웠고, 스위스도 310억 달러 어치 처분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5월까지만 해도 미국 국채 보유액 1조 1,100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였는데요.
그러나 당시 미국과 심각한 무역 갈등 속에 보유하던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며 일본에게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이후 중국은 지금까지 꾸준히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글로벌 G2 국가인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세도 진짜 심상찮네요.
<기자>
맞습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걸 지켜본 중국은 외환보유액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였는데요.
미국 국채 비중은 대거 줄이는 동시에 금 매입량을 대폭 늘렸습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무려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입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금 약 0.5톤을 추가로 매입했는데요.
이에 따라 중국의 금 보유량은 2,262톤으로 늘었습니다.
<앵커>
2월만 보면 중국 보다 스위스가 가장 많이 팔았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스위스는 경기 부양을 위해 유럽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요.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25bp 낮췄습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해 외환시장이 급변하게 되는데요.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미국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탄 마련 차원에서 미국 국채를 매도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지금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일본도 향후 미국 국채를 매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요.
<기자>
네. 지난 2월에는 일본이 미국 국채를 160억 달러 가량 매입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역시 미국 국채 보유액을 줄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지난달 일본은행은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요.
올 하반기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미국 국채 핵심 매입 수단인 엔 캐리 트레이드가 종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일본의 금융사들, 특히 보험사들은 저금리로 돈을 빌려 미국 국채 같은 해외자산에 무위험 투자를 해왔는데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금융비용 부담이 발생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메리트가 줄어들게 됩니다.
아직까지는 일본 은행들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올린다면 일본 은행들은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일본 국채를 사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였습니다.
CG : 박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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