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사기' 시행사 대표, 수감 중 151억 빼돌려

입력 2024-04-29 17:28  



고엽제 전우회를 동원한 분양사기 사건을 주도한 시행사 대표가 수감 중 150억대 범죄수익을 빼돌려 또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이희찬 부장검사)는 29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위계 공무집행방해, 무고교사 등 혐의로 시행사 대표 함모(65)씨 등 5명과 법인 5곳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함씨는 2013∼2015년 고엽제 전우회를 동원해 분양사기 범행을 벌여 2019년 법원에서 징역 9년과 함께 180억원의 몰수·추징을 확정받았다.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해 옥중에서 범죄수익 151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2개 법인 명의로 취득한 아파트 시행사업 수익 151억원을 허위 대여금·용역대행비·유상증자 대금 납입 등 명목으로 회계처리 하고 다른 3개 법인으로 이전해 정상적으로 처분한 것처럼 가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분양사기 사건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형량 참작용으로 허위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 법관의 양형심리 직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함씨가 변호사들과 공모해 범죄수익 18억원을 가족·법인 계좌로 이체해 정상적으로 처분한 것처럼 가장하고 횡령 피해금을 변제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분양사기로 실형이 확정된 후 변호인의 미결수용자 접견이 제한되자 업체 직원 변모씨를 시켜 '급여·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허위 고소하도록 한 점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무고 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함씨의 범행에 가담한 변씨와 변호사 2명, 회사 임원 등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함씨의 몰수·추징금 180억원 집행을 위해 재산을 확인하던 중 범죄수익 은닉의 단서를 발견, 계좌 분석과 사무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전모를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함씨의 자택에서 금붙이 등 은닉 재산도 찾아내 몰수했다.

미결수인 함씨는 변호인 접견을 통해 옥중에서 지시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함씨의 형사사건 변호인이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법원을 속이거나 불법 접견을 하는 등 국가기관을 상대로 반복적인 기망 행위를 해온 사실을 적발했다"며 "변호인 조력권을 남용한 위법행위로, 변호사의 전형적 '모럴 해저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함씨가 지난해 2월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기까지 납부한 금액은 추징·몰수액의 0.56%인 1억원가량에 불과했다.

검찰은 함씨의 차명재산을 추적해 26억원을 추가 환수하고, 추징금 집행을 통해 70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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