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지능은 파충류 수준으로, 이전에 제기된 것처럼 원숭이만큼 똑똑하지는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과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30일 과학 저널 '해부학적 기록'(The Anatomical Record)에서 공룡의 뇌 크기와 구조를 재조사해 공룡이 악어나 도마뱀 등 파충류처럼 행동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공룡의 지능은 고생물학계의 오랜 관심 주제로, 주로 공룡 뇌의 크기와 그 안에 포함된 뉴런(신경세포) 수를 토대로 지능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연구돼 왔다.
지난해 공개된 한 연구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은 뉴런 수가 매우 많았고 알려진 것보다 훨씬 똑똑했다며 티라노사우루스의 일부 습관은 원숭이와 비슷했고 도구 사용·지식 전달 같은 인지적 특성도 가졌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팀은 당시 연구에서 공룡 뇌 크기와 뉴런 수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재검토한 결과 공룡의 뇌 크기와 그 속에 포함된 뉴런 수에 대한 해당 연구의 가정이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뇌 크기와 뉴런 수 연구에는 공룡 두개골 내부를 본뜬 틀인 엔도캐스트(endocast)를 이용해 부피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뉴런 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그러나 연구팀이 기존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결과 뇌 크기, 특히 전뇌 크기가 과대 평가됐고, 이를 통해 추정된 뉴런 수 역시 과대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뉴런 수를 이용해 지능을 추정하는 것 역시 신뢰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의 뇌 질량과 체질량 간 비율을 분석한 결과 악어나 도마뱀 같은 현재 살아 있는 육상 파충류들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샘프턴대 대런 나이시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가 개코원숭이만큼 똑똑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과거에 대한 우리 관점을 바꿔야 할 만큼 흥미롭고 무섭지만, 이 연구는 공룡이 그보다는 똑똑한 거대 악어에 더 가까웠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카이 캐스퍼 박사는 "엔도캐스트에서 재구성한 뉴런 수만으로 멸종된 종의 지능을 예측하는 것을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오래전에 멸종한 종의 생물학을 신뢰할 수 있게 재구성하려면 골격 해부학, 뼈 조직학, 현재 살아 있는 친척의 행동, 흔적 화석 등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브리스톨대 하디 조지 박사는 "공룡과 다른 멸종 동물의 지능을 결정할 때는 뉴런 수 추정치에만 의존하지 말고 전체 해부학에서 화석 발자국에 이르는 다양한 증거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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