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흡연에 대한 노출 없이 진열대에 전시된 담배 그 자체만으로도 유해물질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시됐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보건행정학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대구가톨릭대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약물과 알코올 의존'(Drug and Alcohol Dependence)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국 95개 편의점에 설치된 담배 진열대 주변의 니코틴 농도를 측정했다.
니코틴은 흡연 폐해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꼽힌다. 담배를 피울 때 니코틴이 체내에 축적될수록 강력한 의존성(중독성)을 나타내는 데다, 폐암과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등의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 조사 대상 95개 편의점에서 모두 니코틴이 검출됐으며, 담배 진열대 근처의 공기 중 니코틴 농도 중앙값은 0.0908㎍/㎥이었다.
조사 대상 매장 중 담배 진열대와 거리가 가장 먼 지점에서도 니코틴은 0.0345㎍/㎥ 농도로 측정됐다.
니코틴은 원래 흡연장소가 아니라면 검출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미국 연구팀이 국제학술지(Tobacco Control, 2004년)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공항 내 흡연실 주변에서 채집한 공기 중 니코틴 농도는 0.15∼0.72 수준이었지만, 공항 외부 금연구역에서는 공기 중 니코틴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흡연에 안전한 노출은 없다'(There is no safe level of exposure to secondhand smoke)고 명시한 것도 이런 이유다.
국내에서는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노래연습장, 커피숍의 공기 중 니코틴 농도가 각각 4.95㎍/㎥, 2.89㎍/㎥, 2.01㎍/㎥, 0.05㎍/㎥라는 분석 결과가 한국생활환경학회지(2018년)에 보고된 바 있다.
편의점 내 니코틴 농도는 당시 흡연이 이뤄졌던 장소들에 비해서는 낮고, 흡연이 금지된 커피숍보다는 높은 수준인 셈이다.
이는 편의점을 비롯한 담배 소매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청소년, 어린이와 같은 취약 집단이 장기간에 걸쳐 니코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책임자인 연세대 박명배 교수는 "편의점의 크기가 크면 담배 진열대와 멀어질수록 니코틴 농도가 떨어졌지만, 매장의 크기가 작은 곳은 니코틴 방출원과의 거리가 가까워 전반적으로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컸다"면서 "이는 작은 매장일수록 담배 자체에서 나오는 니코틴이 더 집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는 편의점의 99%가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70%는 자주 환기를 한다는 답변에도 불구하고 모든 매장에서 니코틴이 검출돼, 단순 환기만으로는 편의점 내 간접흡연을 완전히 예방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담배 진열대가 설치된 장소 중심으로 환풍시설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박명배 교수는 "이번 연구로 포장된 담배에서도 니코틴이 공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고, 직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니코틴에 노출될 수 있음이 입증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교수는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니코틴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인 측면도 새롭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예컨대 담배 포장을 완전히 밀봉하는 방식으로 개선함으로써 니코틴의 방출을 확실히 차단하는 등의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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