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은 딱 질색"…저PBR株 이틀째 '시큰둥' [백브리핑]

김대연 기자

입력 2024-05-03 11:01   수정 2024-05-03 11:07

    지난 2일 밸류업 2차 가이드라인 발표
    기업 자율성 의존…밸류업주 반등 실패
    "세제 개편 핵심…긍정적 모멘텀 기대"
    <앵커>
    백브리핑 시작합니다. 증권부 김대연 기자 나왔습니다.

    어제(2일) 밸류업 프로그램 2차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요. 1차에 이어 이번에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기자, 어제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이후에도 코스피는 좀처럼 힘을 못 쓰는 모습이었는데요. 오늘은 2,700선에서 출발하긴 했습니다. 장 초반 증시 상황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날 발표된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당근도 채찍도 없었습니다. 시장의 평가 역시 냉정했는데요. 우리 증시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모습입니다. 오늘은 코스피가 2,700선을 두고 공방을 펼치고 있긴 한데요. 저PBR주도 지주사는 강보합권, 그 외 증권·보험주 등도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결국 2,700선을 뚫지 못하고 약보합권에 머물렀습니다. 1차 가이드라인이 공개됐을 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는데요. 당시 코스피가 2,640선에서 하락 마감했거든요. 하지만 1차 때는 외국인이 1,200억 원 가까이 사들였는데, 어제는 고작 27억 원 순매수에 그쳤습니다.

    월 단위로 범위를 넓혀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을 살펴봤는데요. 1차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던 지난 2월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8조 2천억 원을 사들였는데요. 금액이 대폭 줄면서 두 달 만에 3분의 1 이상 감소했습니다. 고환율에 총선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까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외국인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요.

    종목별로 살펴봐도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보험·증권주 모두 전날 약세였죠. 지주사들의 주가도 부진했습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현대차(-153억 원)와 KB금융(-123억 원)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요. 기관도 기아(-189억 원)와 신한지주(-143억 원), 삼성물산(-93억 원) 등 저PBR주를 대거 팔아치운 모습입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 저PBR주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시장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증권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밸류업 2차 가이드라인의 핵심이 기업의 자율성에 맡긴다는 거잖아요? 사실상 시장에서 가장 기대한 부분은 세제 혜택에 관한 내용인데, 여기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어 실망스럽다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코스피 흐름이나 밸류업 수혜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만 봐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텐데요. 1차 가이드라인 때 구체성이나 강제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 두 달이 지나도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는 겁니다. KRX보험(-2.84%)과 은행(-2.51%), 증권(-2.10%) 지수 모두 2%대 떨어지면서 KRX지수 중 하락률이 가장 높았는데요. 앞서 살펴본 증시 상황도 마찬가지였죠.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점 등을 보면 강력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이 구체화될 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는데요.

    다만,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당장 소멸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법인세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에 대한 기대감이 식지 않은 건데요. 중장기적인 계획인 만큼 밸류업 수혜주가 앞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요.

    유안타증권은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강한 유인책이 나왔으면 증시도 긍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였겠지만, 세제 지원 방안은 오는 7월에 논의가 되기 때문에 이번에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얻으려면 세제 혜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정부가 언제 발표하는 겁니까?

    <기자>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제 지원방안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 대로 발표할 방침인데요. 정부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채찍 대신 당근을 꺼내려는 겁니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한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주고, 배당소득에 대해선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죠. 해당 내용은 오는 7월 세법 개정안에 담길 예정인데요. 하지만 야당이 '부자 감세'를 지적하는 만큼 여소야대 정국에서 입법까지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드리면요. 가이드라인은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에 확정되고요. 3분기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나오고, 4분기엔 이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될 예정인데요. 시장에는 이미 저PBR 종목이나 고배당주 중심의 ETF가 많이 나온 상태여서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을지도 주목하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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