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 전문의가 진료비를 부풀려 건강보험료를 빼먹은 혐의로 당국에 의해 고발됐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진료기록이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채고 증거들을 수집해 신고했다.
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 광주의 A 병원 의사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B씨에게 척추 신경치료를 하며 한쪽 어깨에만 마취 주사를 놓았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에 수가를 청구할 때는 양쪽을 다 치료한 것처럼 진료비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은 또 작년 8월 C씨와 D씨에게도 한쪽 어깨만 치료했는데 양쪽 어깨에 다 주사 치료를 한 것으로 진료기록을 작성했다. 이들 두 환자를 통해 조작된 진료기록은 3회에 달했다.
B씨의 지인이었던 다른 의사가 진료기록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준 뒤 B씨는 C, D씨 등과 협력해 진료비를 부풀린 증거들을 확보,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
B씨는 작년 8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진료 당시 영상, 진료비 영수증 등 허위 진료기록 증거들을 건보공단에 신고했다. 또 그는 관할 보건소에도 따로 알렸다. 이에 작년 11월 현장 조사에 나선 건보공단은 진료비 과다 청구 개연성을 확인했다. 보건소도 현장 조사를 한 뒤 해당 병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보건복지부도 지난달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건보공단과 보건소 등은 B씨 등의 고발로 드러난 A 병원의 진료비 과다 청구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다른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한편 A 병원은 진료비 과다 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A 병원 측이 현장 조사에서 '(마취 주사비 추가 청구에 대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해명해 진료비 부풀리기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진료비 부당 청구는 병원의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 절차들이 많아 실제 처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문제가 확인돼도 의사 면허정지가 한 달 정도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병원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국민을 저버린 채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의사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 다른 환자들과 협력해 비리를 파헤치게 됐다. 부도덕한 의사가 엄벌에 처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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