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열풍'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30%대 초반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졸업생 응시자 비율이 올해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흔히 'N수생'으로 불리는 졸업생 유입 규모는 교육당국이 수능 난이도를 조절할 때 고려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올해 수능 난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지원자(원서접수자 기준) 50만4천588명 가운데 졸업생 비율은 31.7%(15만9천742명)로, 1997학년도(32.5%/ 26만8천44명) 이후 가장 높았다.
수능 지원자 중 졸업생 비율은 2014학년도 19.6%를 기록한 이후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2019학년도와 2022학년도에 0.5%포인트 안팎 소폭 하락한 적은 있지만, 곧바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교육통계를 보면 올해 고3(2023년 기준 고2) 학생이 약 41만5천명으로 지난해 고3(39만5천명)보다 2만명가량 더 많지만, 교육계와 학원가에서는 'N수생'이 급증하면서 수능의 졸업생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모집인원이 1천500명 가까이 급증하고, 의대 정시모집에서는 N수생의 강세가 뚜렷하다는 점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0개 국립대 의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21~2023학년도 3개년간 정시모집으로 이들 대학에 입학한 1천121명 가운데 N수생이 81.3%(911명)에 달했다.
정시모집으로 선발된 신입생의 90% 이상이 N수생인 대학들도 있었다.
의대의 인기 속에 N수생이 증가할 경우 고3 수험생들의 입시전략뿐 아니라 수능 난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월과 9월, 2번의 모의평가를 통해 본수능의 N수생 유입 규모를 예측하고, 수능 출제 시 이를 고려한다.
통상 재학생보다 N수생이 수능에서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N수생 유입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이면 수능 난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의 경우 교육계에서는 '킬러문항' 배제에 따른 난도 하락 우려와 함께 N수생 증가세를 고려해 교육당국이 전체적인 시험 난도를 높인 것으로 해석했다. '불수능'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N수생 증가세가 내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의대 모집인원이 종전보다 1천469명 증가하지만, 현재 발표된 계획대로라면 2026학년도 입시에서는 약 500명 더 많은 1천960명 늘어난다.
의대 정원이 급증하면서 치대·한의대 등 의학계열 전체 합격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N수를 노리는 수험생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수년간 수능에 매진하는 이른바 '장수생'이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의대 블랙홀'이 이공계열이나 인문사회계열에서 최상위권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것도 문제지만, 상위권 학생들에게 'N수'가 평범한 선택지가 되는 점이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부작용이 큰 현상이라고 우려한다.
입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대 증원 정책의 영향으로) 앞으로 몇 년간은 재수생(N수생)이 많이 유입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 고3은 물론 고2 역시 입시 직전까지 의대 모집정원을 포함해 전형방식이 계속 바뀔 수 있는데, 이런 불확실성도 장수생을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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