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는 겨울이면 몇 달 동안 해가 뜨지 않는 '극야' 기간이 있습니다. 이 기간 펭귄들은 알을 품 안에 꼭 품고, 영하 50도의 추위를 견뎌내는데요. 기나긴 겨울을 버텨낸 국내 게임사들에도, 볕이 드는 모양새입니다. 데브시스터즈는 여덟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카카오게임즈도 시장 기대치엔 못 미치지만,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위메이드는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또한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MMORPG와의 거리를 두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성공 가도를 걸어온 리니지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취재한 내용들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
정 기자, 국내 게임에서 리니지의 성공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고요? 확률형 아이템 이야기입니까?
<기자>
리니지의 성공 공식엔 여러 디테일이 있긴 하지만,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하면 '경쟁'과 '확률'입니다. 이용자들은 게임 내 이권을 두고 경쟁하는데요. 경쟁에서 이기려면 캐릭터가 강해져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심하게는 0.001%보다 낮은 확률을 뚫어야 원하는 아이템을 얻어 강해지는 방식이죠. '품위 유지비'라고 해서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매달 많게는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결제하는 이용자들도 있고요.
하지만 과도한 과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며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국회에선 뽑기 확률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게임산업법이 통과됐고요. 문체부도 위법 사례를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링단을 운영 중입니다. 시장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게임들이 늘어나며 서로 파이를 나눠 갖는 '카니발라이즈'가 시작됐고요. 이용자들도 피로도가 증가하며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이달 들어 모바일 게임 순위를 살펴봐도 리니지 라이크 게임의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실적 발표한 게임사들 가운데 이 확률형 아이템과 거리두기를 하는 곳들도 있던데요. 그렇다면 수익을 창출할 다른 전략이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은 오늘 콘퍼런스콜을 통해 "신작 '미르5'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하겠다. 거의 적용하지 않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위메이드는 게임에 토큰과 같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게임사인데요. 여기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었습니다. 강해지는 수단이 확률형 뽑기가 아니라 게임으로 얻은 토큰으로, 아이템을 획득하고, 거래하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전략이고요.
카카오게임즈는 비(非) MMORPG 전략을 밝혔습니다. 우선 리니지와 같은 MMORPG가 피로도가 높아지며, 시장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고, 성장 기반을 닦는 수준에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고요. 모바일의 경우 '서브컬처', '액션·어드벤처', '전략 시뮬레이션 및 퍼즐'이라는 세 가지 장르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고, PC 게임에선 슈팅, 대전형 게임 개발사를 발굴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북미 등 서구권에선 확률형 뽑기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정책적으로도 제한하는 국가도 있는 만큼 확률형 시스템과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최근 게임사들의 호실적의 배경으로, 영업비용이 줄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맨 게임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늘 실적을 발표한 게임사들의 영업 비용 자료를 준비했는데요. 카카오게임즈와 데브시스터즈는 영업비용이 줄었지만, 위메이드는 절반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위메이드는 이번 분기 376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요.
우선 카카오게임즈는 마케팅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로 절반 가까이 줄였는데요. 올해 기준으로도 매출의 6% 수준으로 조절하겠다고 밝혔고요. 데브시스터즈는 8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인건비와 광고선전비를 대폭 삭감하며, 영업비용도 7.2% 감소한 영향이 반영됐습니다.
또한 위메이드도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현재 외주를 맡겨온 통신비 등을 내부적으로 담당하는 형태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정 기자, 끝으로 오늘 넷마블이 낸 신작 얘기도 해보죠. '나 혼자만 레벨업' 출시는 어떻게 볼 수 있겠습니까?
<기자>
'나 혼자만 레벨업'이라는 IP 자체가 누적 조회수 140억 회를 넘긴 인기 작품이잖아요. 원작 팬층이 두터운 만큼 엄청나게 흥행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엄청난 실패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사전 예약자 수도 1,500만 명을 넘겼고요. 넷마블 입장에선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시장 눈높이도 높지 않은 가운데, 나 혼자만 레벨업이 반등의 신호탄 역할을 해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발제 한 줄로 정리해 주시죠.
<기자>
"어떻게 뽑기까지 사랑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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