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조 가치…네이버 "지분매각 등 모든 가능성 협의"

신재근 기자

입력 2024-05-10 15:09   수정 2024-05-10 17:21

    <앵커>
    일본 국민메신저 라인앱 운영사인 라인야후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라인야후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지분 매각을 공식 확인한 데 이어, 매각 시한도 7월로 제시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네이버의 선택지는 무엇인지 취재기자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 나와 있습니다. 네이버가 방금 어제 소프트뱅크의 발표에 대해 입장을 내놓았다고요?

    <기자>
    네이버는 일본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협상하고 있다는 소프트뱅크의 공식 발언에 대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는 이어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중요한 결정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수연 대표가 지난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사업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겁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어제 실적설명회에서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 재검토, 즉 지분 매각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네이버와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고 난도는 높지만, 오는 7월 전까지 합의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습니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의 모회사입니다.

    만약 네이버가 지분을 한주라도 팔게 되면,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소프트뱅크로 넘어가게 됩니다.


    <앵커>
    결국 네이버가 지분을 팔 것으로 보이나요? 외부에선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IT 와 증권 업계 안팎에선 네이버가 결국 지분을 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 사정을 잘 아는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내부적으로 라인야후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팔 것이란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네이버가 지분을 모두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을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려면 10조 원 넘는 현금이 필요한데, 최근 잇따라 투자에 실패한 소프트뱅크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모두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지분을 일부만 매각해 라인야후의 2대 주주로 내려오되 사업적 연결 고리를 일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지분매각이 기정사실화 된 걸로 보이는데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네이버가 소유한 라인야후 지분율은 32% 남짓으로 계산됩니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 지분을 64.4% 갖고 있는데,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9일 종가) 기준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2조8천억 엔, 우리 돈 약 24조3천억 원으로 네이버가 소유한 라인야후 지분율을 감안하면 지분가치는 8조 원 정도로 평가됩니다.

    지분가치에 더해 실제 매각이 이뤄질 경우 얹어지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실제 매각가치는 10조 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네이버는 최대한 실익을 챙겨야 할 텐데요. 기왕 이렇게 된 것 일본 사업 정리한 돈으로 AI 등 신사업 투자에 나서자는 시각도 있죠?

    <기자>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 50% 중 10%만 팔아도 2조 원 넘는 현금이 유입됩니다.

    라인앱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 2011년이니까 13년 만에 수조원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죠.

    일본 정부의 무리한 압박에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선 냉정한 득실 판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동안 네이버는 지분 50%를 보유했음에도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권 행사 거의 못했고 기업 연결로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작년 말 기준 연간 2,600억 원 정도의 지분법 이익이 잡힐 뿐입니다.

    정체된 일본 시장 비중을 줄이고 AI 등 신성장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네이버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자체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았는데 네이버는 올해 R&D 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AI 등 신사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기존 사업인 검색엔진은 시장지배력이 차츰 낮아지는 상황이고요.

    이 때문에 네이버가 인공지능 역량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M&A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 네이버 총 투자금액이 2조 원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라인야후 지분 일부만 팔아도 그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앵커>
    하지만 10여년 동안 잘 키운 사업을 뺏기는 셈이니 아픈 부분도 많겠지요?

    <기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의견이 분분합니다.

    큰 영향이 없다고 보는 쪽은 현재 네이버가 일본 공략에 애를 먹는 점을 이유로 꼽습니다.

    네이버가 일본 쇼핑 시장 공략을 위해 선보인 마이스마트스토어 철수가 대표적입니다.

    마이스마트스토어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오는 7월 말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라쿠텐 등 3사 꽉 잡고 있어 그만큼 시장 진입 어렵다는 얘기죠,

    반면 일본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오히려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본 내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9%로, 우리나라(25%)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하지만 정부 개입으로 외국 민간 기업의 지분이 조정된다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습니다.

    또 네이버의 태국, 대만 등 동남아 사업이 라인야후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쇄 충격도 우려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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