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 확대 속도를 늦추겠다고 밝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열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머스크 CEO는 10일(현지시간) 엑스(X, 옛 트위터)에 "거듭 얘기한다"며 "테슬라는 올해 수천개의 새 충전기를 새로 만들기 위해 우리의 슈퍼차저(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5억달러(약 6천855억원)를 훨씬 넘게 지출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는 새로운 부지와 (슈퍼차저) 확대에만 들어가는 비용일 뿐, 운영 비용은 넣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말 슈퍼차저 인프라 담당 책임자인 레베카 티누치와 그의 밑에서 일해온 약 500명의 슈퍼차저팀 인력 대부분을 해고한 바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이런 소식이 알려진 뒤 엑스에 "테슬라는 여전히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다만 새로운 위치에 대해서는 더 완만한 속도(slower pace)로 추진하고, 기존 위치의 100% 활용과 확장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이런 '속도 조절' 언급은 테슬라의 충전기 연결 방식(NACS)을 따르고 충전소도 함께 쓰기로 합의했던 다수의 자동차 업체에 불안감을 안겨줬다.
반면 충전소 사업에서 경쟁 관계인 다른 충전소 설치·운영업체들에는 테슬라가 확보한 좋은 부지를 대신 가져갈 기회가 됐다.
실제로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BP는 지난 9일 일부 언론사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부동산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는 최근 테슬라의 발표 이후 더욱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BP의 전기차 충전 사업부인 BP 펄스는 테슬라가 해고한 인력을 흡수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열흘 만에 머스크의 입장이 바뀐 데는 이런 경쟁업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가 과거에도 사업 방침을 갑자기 바꾼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2019년 테슬라의 매장 대부분을 폐쇄하고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열흘 뒤 건물주들이 임대 계약 해지를 거부하자 이런 방침을 철회하고, 대신 차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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