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동북부의 하르키우에서 지상전을 전격 개시한 것은 일종의 '성동격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0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다른 지역에서 진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을 하르키우 축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하르키우주 북쪽 접경지에서 집중 포격을 가하며 장갑차 부대로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군은 교전 결과 하르키우 보우찬스크 인근으로 1㎞가량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는 러시아가 하르키우에 완충지대를 구축하고자 최대 10㎞까지 진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군 호르티차 합동그룹의 나자르 볼로신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패닉에 빠지게 해 병력과 자원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하르키우로 돌리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ISW는 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도네츠크에서 아우디이우카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인근 차시우야르에 공세를 강화하는 등 올해 초부터 동부전선 장악에 공을 들여왔다. 우크라이나군으로서는 하르키우 쪽에 병력을 배분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동부전선 방어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미 하르키우 방면에 포병과 기계화 전력을 배치했다고 설명한 바 있으며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 직후 우크라이나군은 추가로 예비군을 급파했다.
ISW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제한된 자원을 산개해 병력 상황이 악화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면 취약해진 모든 지역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ISW는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점령 가능성 자체는 낮게 평가했다. 지상군이 러시아 쪽 국경에서 하르키우까지 진격하려면 탁 트인 지형을 가로질러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는 점에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향후 몇 주 동안 더 전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는 큰 돌파를 예상하지는 않는다"면서 "미국의 지원이 유입되면서 우크라이나가 올해 러시아의 공격을 견디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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