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컵 9억4천만개가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을 위해 환경부와 협약한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지난해 쓰인 일회용 컵은 9억3천989만2천여개였다.
종이컵이 약 3억8천219만9천개, 합성수지(플라스틱) 컵이 약 5억5천769만4천개 사용됐다.
작년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일회용 컵 사용량은 10억개가 넘은 재작년(10억3천590만6천여개)보다 9.3% 줄어든 것이다.
다만 작년 수치는 17개 브랜드 일회용 컵 사용량이고, 재작년 수치는 올해 협약을 갱신하지 않은 카페베네와 커피빈을 포함해 19개 브랜드 사용량이다.
실제 일회용 컵이 덜 쓰였을 수 있지만, '집계 대상'이 줄면서 사용량 수치가 줄어든 측면도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일회용 컵 사용량이 폭증하기 전인 2019년(약 7억7천311만3천개)과 비교하면 작년 사용량이 약 21.6% 많았다. 2020년과 2021년 사용량은 각각 약 9억6천724만8천개와 9억9천321만여개였다.
지난해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이 회수한 일회용 컵은 약 4천403만1천개에 그쳐 사용량의 4.7%에 그쳤다.
재작년엔 약 1억48만4천개가 회수돼 회수율이 9.7%로, 작년과 재작년 간 회수량은 56.2% 감소하고 회수율은 5%포인트 낮아졌다.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어렵다면 차선은 재활용을 늘리는 것이다.
재활용, 특히 '고품질 재활용'을 위해선 '같은 재질의 컵'끼리 모아져야 하기에 각 브랜드에서 고객에게 내준 컵을 자체 수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료용 합성수지 컵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타이렌(PS) 등 페트(PET)보다 가볍고 싼 재질로 제작된다.
PE와 PP, PS는 PET와는 물론이고 서로 간에도 성질이 다르고 녹는점도 달라 분류돼야 재활용할 수 있다.
환경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서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경우가 줄어 회수량이 감소했다고 추정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감염 우려에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때도 일회용 컵을 쓰던 사람들이 이젠 매장에선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음료를 매장 밖으로 가지고 갈 때만 일회용 컵을 써서 매장으로 돌아오는 일회용 컵이 줄었다는 것이다.
매장에서 회수되는 일회용 컵은 매장에서나 매장 바로 주변에서 음료를 마신 손님이 매장에 버리고 가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작년 일회용 컵 회수율은 코로나19에 프랜차이즈 카페 내에선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예 금지되는 등 거리두기 조처가 이뤄진 2020년(14%)이나 2021년(13%)보다도 낮다.
'매장에선 다회용 컵, 음료를 매장 밖으로 가지고 나갈 때만 일회용 컵' 문화가 정착된 것 외에 회수율이 떨어진 다른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컵 사용량은 여전히 많고 재활용을 위한 회수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관련 정책은 유명무실해지고 규제는 완화된 상태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재작년 12월 세종과 제주에서 축소 시행한 뒤 전국 확대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제도 이행 동력이 떨어진 상태로, 지방자치단체들만 고군분투 중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제과점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내줄 때 300원의 보증금을 받고 손님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매장의 보증금제 참여율은 한때 96.8%에 달했으나 올해 1월 54.7%로 떨어졌고, 참여 매장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 대비 반환된 컵 비율은 78.5%까지 올랐다가 올해 1월 60.7%로 내려갔다.
제주도가 올해 3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정상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매장 참여율이나 컵 반환율이 소폭 반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왜 우리만 부담을 져야 하느냐'라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식당과 카페에서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철회하는 등 일회용품 사용량을 규제가 아닌 '업계와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 감축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과 맺은 자발적 협약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발성에 의존하는 것이 실효적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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