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과목 교수들이 더 이상 환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다며 최근 진료를 늘려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내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에서 시행한 심장질환 중재시술 건수가 지난 2월 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급감했다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이 병원 심장내과에서 시행한 스텐트 삽입 등 심장질환 중재시술 건수는 195건으로, 전공의 사직의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 3월 166건 대비 17.5% 늘었다. 동기인 지난해 4월 300건과 비교해 65% 수준까지 회복했다.
심장내과 일부 병동의 병상 가동률은 지난 3월 한때 57%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68%까지 올랐다.
외래진료 건수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외래진료는 약 1만5천380건으로, 지난 3월 1만4천960건 대비 2.8% 증가했다.
심장내과는 급성심근경색과 협심증, 동맥경화, 심부전 등 각종 심장혈관질환 환자를 돌보는 진료과다. 진료과목의 특성상 응급·중증 환자가 많은 편이다.
심장혈관 중재시술은 급성심근경색 등 중증 심장질환 환자에 스텐트 삽입 등으로 막힌 심장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칭한다.
보통 심장내과 입원 환자는 평소 120명에 이르지만 전공의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한때 절반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현재 전공의 복귀가 요원한 데도 환자를 다시 받기 시작한 건 현장에서 '우리가 물러날 순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응급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3차 병원'이라는 것도 이들이 '무리해서' 환자를 돌보는 이유가 됐다.
고영국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저희가 안 한다고 하면 그럼 누가 하겠느냐"며 "여기는 일종의 최전방"이라고 표현했다.
고 교수는 "지금 당장 심장을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고, 우리가 안 한다고 하면 환자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거듭 반문한 뒤 "여기서 더 줄일 수는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치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환자가 급감하면서 병원에 매일 쌓이는 적자보다 걱정인 건 치료할 수 있는 환자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고 교수는 "만에 하나 병원이 어려워져도 저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환자들은 그런 게 아니지 않느냐"며 "병원이 있는데 환자를 못 보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는 그냥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은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보려고 노력 중"이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모든 교수가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버티고 있지만, 현 시스템하에서는 지속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예전만큼 진료할 수 없고, 이들이 돌아오더라도 업무보다는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하므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등 전문의 채용을 늘리고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투자도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현장에 남아있는 건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라며,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투자를 선행하지 않고 의대 증원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고 교수는 "필수의료 붕괴 위기는 의료계에서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는데 정부가 그동안 별다른 지원이 없다가 인제 와서 2천명 증원을 발표했다"며 "정부로서는 제일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본적인 재정 지원이나 의학교육 여건에 대한 투자 없이 말로만 하니까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오랜 시간 누적된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를 전부 바꾸지 않고 땜질하는 식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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