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과 귀금속 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금, 아연 등 비철금속 제련 글로벌 1위 기업인 고려아연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 산업부 강미선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우선 고려아연 2분기에는 실적이 얼마나 더 좋아지는 건가요?
<기자>
최근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할 정도로 2분기 실적 전망이 좋습니다.
먼저 1분기를 보시면요. 고려아연 매출은 2조3,753억원, 영업이익은 1,845억원을 기록했는데요.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27%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47% 가까이 뛴 2,200억~2,500억대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습니다.
호실적 배경은 환율과 금속 가격입니다. 고려아연은 매출의 70%가 수출이라 환율 영향이 큽니다.
또 아연, 연(납) 등 전반적인 금속 가격이 뛰고 있어 21가지 유가금속과 화학물질 제품을 파는 고려아연의 수익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앵커>
수익이 많이 날 때 신성장 분야에 투자해야죠.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짓는다고요?
<기자>
고려아연의 신사업을 책임질 차세대 R&D센터가 수도권인 인천 송도에 들어섭니다.
200명의 임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등 투자 규모만 총 2,000억원에 달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인 제련업에는 성장 한계가 있다 보니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건데요.
고려아연 풍력,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에 2033년까지 약 11조 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2022년 말 회장에 취임한 최윤범 회장은 최근 영풍과의 결별을 선택한 데 이어 사업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회사 내부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늘어난 이익만큼 최대 주주인 영풍에게 줘야 할 배당금이 늘어납니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을 32.69%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최씨 일가와 지분경쟁 중입니다.
양측은 75년째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공동 경영을 하다가 최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배당금을 가지고 영풍이 계속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겁니다.
즉, 고려아연은 실적에 따라 500억~1,000억 정도의 배당금을 영풍에 주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2022년 1,039억이었고, 2023년에는 이익이 줄면서 배당금도 줄어 788억원이었습니다.
영풍 본업은 적자입니다. 그래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 배당금을 받아 적자도 메꾸고 고려아연 주식도 사들여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올해 3월 주총서도 영풍과 고려아연의 표대결 중심에 배당금이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군요. 경영을 잘해서 수익을 많이 내면 적군이 유리해지는 구조니,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겠습니다.
<기자>
3월 주총 이후 영풍 측인 장형진 영풍 고문의 아들 장세준 대표와 장 고문의 부인이 합쳐 고려아연 지분을 2만 주 넘게 매수했습니다.
배당금을 받으면 주식을 더 매집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올해 고려아연 실적이 좋아지면 배당을 크게 늘릴 것이고 배당금을 받은 영풍 측은 고려아연 주식을 더 사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을 책임지는 최윤범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많이 남길 수록 지분경쟁을 벌이는 상대방에게 혜택이 더 가는 웃픈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거고요.
현재 지분율은 우호지분 포함 양측이 비슷합니다.
3월 주총 당시 영풍 오너가 우호지분(장 씨)은 31.98%였는데 현재 32.69%까지 올라왔고, 같은 기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들도 올해 들어 지분 매입에 나서 33%를 살짝 넘겼습니다. 양측 차이는 1%포인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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