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홍역 백신 1차 접종 후 항체 형성이 안 될 확률이 자연분만 아기보다 2.6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에게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중국 푸단대 공동연구팀은 14일 과학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서 중국 후난성에서 0~12세 아동 1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출생 후 수년간 혈중 홍역 항체 수치 변화를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홍역 백신 접종 실패는 백신을 맞은 후에도 홍역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성되지 않아 홍역에 취약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며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백신 접종 실패율이 낮아도 홍역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후난성에서 출생부터 12세까지 몇 주마다 채취한 혈액 표본이 있는 어린이 1천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전 연구 데이터를 분석, 백신 접종 후 등 생후 수년간 혈중 홍역 항체 수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홍역 백신 1차 접종 후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비율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어린이는 12%인 반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어린이는 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의 홍역 백신 1차 접종 실패율이 자연분만 아이보다 2.56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출산 방식이 장기적으로 아이의 성장기 질병 면역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출산 방식에 따른 이런 차이는 아기의 장내 미생물 군집 발달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자연분만의 경우 엄마에게서 더 다양한 미생물이 아기에게 전달돼 면역 체계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대 헨리크 살제 박사는 "많은 어린이가 홍역 백신 2차 접종을 하지 않는다"며 "이는 아기 본인은 물론 전체 인구에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세계적으로 제왕절개 출산이 크게 늘고 있는 점과 홍역·풍진·볼거리(MMR) 백신 접종률이 적정 수준인 95%에 크게 못 미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홍역 백신을 2회 접종해야 홍역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기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지만, 2022년의 경우 전 세계 어린이 중 첫돌 전에 홍역 백신을 1회 접종한 비율은 83%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 세계 홍역 발생 건수는 32만1천582건으로 전년도(17만1천153건)보다 88%나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일시 감소했던 홍역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살제 박사는 "홍역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장 걱정되는 질병 중 하나"라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1차 접종 실패 가능성이 높은 만큼 2차 접종을 꼭 받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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