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바라카스 지역에서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동성애 혐오자의 방화와 여성동성애자 4명에 대한 공격으로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13일 전했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 현지 주류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현지 케이블 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네티즌들이 사건을 퍼 나르면서 논란이 확산하기 시작했고,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다수의 매체가 비중 있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새벽, 동성애 혐오자인 페르난도 바리엔토(62)가 같은 하숙집의 다른 방에서 잠자고 있던 4명의 여성동성애자(두 커플)에게 등유가 담긴 화염병을 던져서 화상을 입혔으며, 동시에 방에서 탈출하려던 이들을 심하게 폭행했다고 전해졌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한 뒤, 4명의 여성은 온몸의 75%∼90%에 이르는 심한 화상을 입은 채 각기 다른 국립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하지만, 파멜라 코바스(52)는 병원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사망했고, 록사나 피게로아(52)가 수요일에 그리고 안드레아 아마란테(42)가 일요일에 사망했다. 현재는 소피아 카스트로 리글로스(49)만이 생존해 중환자실에 있으나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살던 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호스텔 종류의 하숙집으로 이들은 방은 다르지만,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다.
도박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살던 가해자 페르난도 바리엔토(62)는 이 하숙집에 살면서 여성 동성애자 커플인 이들에게 '괴물', '더러운 동성애자' 등 욕을 퍼부었으며 지난 12월에는 "내가 무조건 너희들을 죽일 것이다"라고 협박해 이들은 당시 경찰에 신고까지 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은 지난 3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전기를 쓴 극우 동성애 혐오자 니콜라스 마르케스의 라디오 인터뷰 이후에 발생해 성소수자에게 관대한 아르헨티나 사회가 극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마르케스는 당시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보다 25년 정도 수명이 짧고 자살 충동 성향이 14배나 높으며 서양에서 에이즈에 걸린 80% 이상이 동성애자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잘못된 정보라는 비난을 받았다.
아르헨티나는 2010년 남미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으며, 중남미에서 가장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 국가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극빈층으로, 시신 인계를 요청한 가족들도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소외된 채 살아와 3명이나 사망했음에도 성소수자 단체의 소규모 시위만 있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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