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나홀로 호황 속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인 아시아 주요 국가, 한국의 원, 일본의 엔, 중국 위안에 대해 특히 강세를 보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박찬휘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이제 강달러가 아니라 킹달러 시대입니다. 이런 기조가 상당히 길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네. 이러한 움직임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6개국 통화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나로 구성돼 있습니다.
달러인덱스는 처음 도입된 1973년 3월을 기준점 100으로 삼고, 지수가 100을 넘으면 강달러, 밑돌면 약달러로 해석합니다.
지금 달러인덱스를 보면, 지난해 7월 99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10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요.
즉, 10개월 가까이 강달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결국 미국 경제가 혼자 잘 나가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실제 성장률 전망치로 보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겁니까?
<기자>
말씀해주신 것처럼,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과 주요국들 간의 경제 상황 차이 때문입니다.
미국은 고금리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견조하다는 것이 재확인된 반면, 다른 국가들은 경기침체 위기에 직면해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연초 1.3%에서 지난달 2.5%로 1.2%포인트 대폭 상향된 반면, 유로존은 0.3%포인트 소폭 오르는데 그쳤고, 일본은 하향 조정됐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려는 움직임들이 나오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6개 통화국 대부분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과 반대로 가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는데요.
이에 대해선 신인규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신인규 기자>
달러인덱스에서 6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는 이르면 다음달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등 유럽중앙은행 주요 인사가 6월 인하론을 기정사실화하며 유럽 증시까지 덩달아 뛰는 모습입니다.
또다른 달러인덱스 구성국인 영국 역시 물가가 진정될 것으로 관측되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앞으로 두 달 안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 부근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는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의 발언 이후 영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을 금리 인하 신호로 시장이 해석한 겁니다.
달러인덱스 구성국 가운데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곳도 있습니다. 스위스와 스웨덴입니다.
스위스는 주요국 가운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가장 먼저 알린 나라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물가상승률이 11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며 연간 2% 미만인 물가 목표치를 달성했습니다.
지난 8일 금리를 인하한 스웨덴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물가는 4%로 높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1.1%)하며 경기 부양 카드로 금리 인하를 꺼내든 모습입니다.
시장에선 캐나다 역시 6월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BMO와 RBC, CIBC 등 캐나다 주요 은행들은 6월 캐나다 기준금리가 0.25%p 내려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달러인덱스 구성국 가운데 유일하게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는 곳은 일본입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너무 심해 엔저 현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은 13일 일본 국채 매입 규모를 지난달보다 500억 엔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이같은 행보를 최근 엔저 현상의 대응으로 보고, 앞으로 일본 기준금리 인상 등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관측합니다.
<앵커>
결국 미국의 고금리가 끝나야, 달러 강세도 안정이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FOMC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2까지 아직 갈길이 멀다"며 금리인하 기대를 축소시킨 바 있는데요.
여기에 물가지표와 소비심리 등 경제지표도 탄탄하게 나오면서 조기 금리인하 전망은 힘을 잃었습니다.
연준 금리인하 전망을 두고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황입니다.
올 1분기 미국 국채금리를 가장 정확히 예측했던 바클레이스와 산탄데르는 엇갈린 주장을 펼쳤는데요.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연준이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것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금리동결을 유지할 수 있다"며 "연말에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 10월 고점인 5%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스페인 최대은행인 산탄데르는 "미 연준이 하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10년물 국채금리 연말에 4%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양측이 제시한 예상치의 중간 수준인 4.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앵커>
고금리 끝나려면 미국의 물가가 떨어져야 하는데 여전히 높은 수준인 건 분명합니다.
이번 나올 미국 물가지표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시장에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포인트 둔화된 3.4%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식품과 에너지 물가가 제외된 근원 물가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투자자들이 근원 물가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주거비입니다.
근원 물가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하는데요.
지난 3월 근원 물가 발표 때 주거비는 전년 대비 5.7% 오르며 근원 물가 둔화를 막은 핵심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3월 주거비는 전월 대비로도 0.6%포인트 올랐는데요.
이렇게 주거비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주택 공급 감소 때문입니다.
조사 결과, 미국 주요 도시 임대료는 지난 4년 간 임금 상승률보다 1.5배 더 오른 것으로 확인됐고, 지난해 주춤했던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도 지난달에 전년 대비 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 인사들이 거듭 강조하는 게 지속적인 물가 하락인데요.
지속적인 물가 하락 여부를 관측하려면 초근원 물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슈퍼코어'라고도 불리는 초근원 물가는 식품과 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 물가에서 주거비까지 뺀 물가로, '임금'에 초점을 둔 서비스 물가만 반영합니다.
앞서 연준이 주거비 상승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하는 만큼, 초근원 물가가 이번 소비자물가지수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3월 초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4.8% 상승하며 1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는데요.
만약 주거비 상승 지속으로 근원 물가 오르더라도 4월 초근원 물가가 둔화된다면 연준은 통화정책 완화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초근원 물가가 지난달에 이어 4월까지 상승해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다면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는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였습니다.
CG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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