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팔았던 워런 버핏…왜 스위스 보험사를 샀을까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신인규 기자

입력 2024-05-16 09:23   수정 2024-05-16 09:34

볼티모어 교량 참사로 주가 내렸던 처브
버크셔해서웨이, 처브 지분 인수 깜짝 공개
PER 11배 수준…동종업계 대비 저가
현금성 자산 최대로 쌓았던 버크셔
리스크 감수 대신 '아는 사업'에 투자 집중


워런 버핏이 이끄는 세계 최대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스위스의 보험사 처브 그룹의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였습니다. 미국 대형 투자사들은 매 분기 보유 주식에 대한 자료를 13F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는데, 버크셔해서웨이가 공개한 13F 자료에서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 이 처브 지분의 인수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애플의 지분도 일부 정리하며 역대 최고 수준인 1,890억 달러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었습니다. 워런 버핏 회장 역시 이달 4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큰 돈을 벌게 해주면서도 위험이 적인 기업을 찾기 전에는 섣불리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지요.

그 때까지 공개하지 않않던 대규모 투자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겁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이번에 사들인 처브의 지분 규모는 약 67억 달러 규모로, 1분기 기준 버크셔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9위로 단번에 올라섰습니다. 버크셔가 바라본 처브의 투자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몇 가지 각도에서 이 부분을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처브그룹은 보험 부문의 대어입니다. 손해보험 부문 세계 최대 규모의 상장 보험집단이고요. 4만여 명의 인력을 두고 세계 54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23년 기준 보유 자산은 2,250억 달러 수준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CB라는 티커명으로 상장된 처브는 동종업계 대비 가격이 저렴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처브가 속한 S&P 500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6배인데, 처브의 PER은 현재 11.2배 수준입니다. 금융 부문 상장사들의 평균 PER인 15.3배보다도 낮습니다.



하나 살펴볼 부분은 이 회사가 최근 뜻하지 않은 주가 하락을 겪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3월 미국의 볼티모어 항구에서 다리가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교량이 컨테이너선과 충돌하며 무너졌고, 인명 사고까지 낸 대형 사고였습니다. 이 무너진 다리의 손해보험사가 처브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3월 말 처브의 주가는 잠시 출렁였습니다. 당시 로이드는 처브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상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는데, 최근엔 초기 보상 규모가 3억 5천만 달러로 기존 예상보다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미래 환경에서 워런 버핏과 버크셔해서웨이가 잘 아는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보험사인 가이코를 주요 자회사로 두고 있지요. 버크셔해서웨이 인수 후 1,7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가이코의 가치는 830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어쩌면 워런 버핏은 연례 주주총회 전 미리 보낸 주주서한을 통해 보험 부문 투자 강화에 대한 힌트를 숨겨놓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버핏은 2월 말에 작성한 서한에서 약 한 페이지를 손해보험 부문에 대한 성장과 이 부문에 대한 버크셔해서웨이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데에 할애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손해보험은 버크셔의 성장의 핵심을 제공한다"며 "버크셔의 보험 사업부 임원들은 언론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버크셔의 감독 라인은 야구계로 따지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인물들에 필적한다"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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