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는 1분기 최대 실적
"CSM 확장 위해 제3보험 필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실적 희비가 갈리고 있다.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한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잇따라 내고 있는 반면 보장성보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생명보험사들은 회계 변경에 따른 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전년 대비 순익이 감소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6,6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63억 원으로 15.4% 줄었고, 매출액은 9조3,190억 원으로 6.7% 감소했다.
이 기간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5,364억 원에서 2,876억 원으로 무려 46.4% 줄었고 동양생명도 전년보다 44.7% 감소한 827억 원의 순익을 냈다.
대형 생보사들의 순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회계제도 도입 후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준비금 적립 기준이 변경한 영향이 주효했다. IBNR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으나 아직 보험사에 청구되지 않아 지급될 것으로 추정하는 보험금으로 책임준비금 중 지급준비금으로 편성된다.
기존에는 이 기준이 생보사의 경우 보험금 청구시점을 보험사고일자로, 손해보험사는 실제 사고 발생일로 각각 달랐는데, 제도 개선 후 모든 보험사가 실제 사고 발생일, 즉 원인사고일로 변경돼 기간의 차이 만큼 준비금을 적립하게 됐다.
생보사들은 당초 예상했던 지급준비금보다 더욱 큰 규모로 이를 반영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채권가치 하락, 저축성보험이나 종신보험의 판매 저조 등도 영향을 줬다.
반면 대형 손보사들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IFRS17 하에서 질 좋은 매출로 인식되는 장기보험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올 1분기 전년보다 18.07% 늘어난 6,839억 원의 순익을 냈다. DB손해보험도 30.4% 증가한 5,834억 원, 메리츠화재는 23.8% 늘어난 4,909억 원을 기록했으며, 현대해상은 51.4% 증가한 4,773억 원, KB손해보험은 15.1% 증가한 2,922억 원의 순익을 냈다.
이들 보험사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2조5,27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9,921억 원) 대비 무려 26.88%나 증가했다. 손보사들이 판매하는 암보험이나 간병보험 등 수수료가 높고 납입기간이 긴 장기보험은 새 제도에 따라 수익성이 좋은 보험으로 인식돼 보험계약마진(CSM)이 크게 잡힌다. 여기에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 실적도 양호한 성적을 내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다보니 생보사들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성격을 함께 띈 '제3보험'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 동안 손해보험의 영역으로 불린 제3보험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올들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로 불리는 대형사들은 건강보험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화재 출신인 홍원학 대표가 취임하면서 '손보 DNA' 이식이 본격화됐다. 삼성생명은 올 들어 종합 건강보험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으며 한화생명 역시 간병과 치매를 중점 보장하는 신상품을, 교보생명도 주요 질병을 보장하는 건강보험을 내놓아 '제3보험' 시장이 보험사들의 새 격전지로 떠올랐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제3보험 진출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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