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시는 이 사진,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입니다.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잇는 운하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가장 빠른 항로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 운하가 막히면,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빙 둘러가야 하는데, 무려 1만 킬로미터나 더 가야하죠. 그런데 우려하던 일이 결국 벌어졌습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 반군이 이 운하를 막아섰고요. 먼 길을 돌아가야 하니 해상 운임은 크게 올랐습니다. 이번 이슈가 장기화되며, 국적선사 HMM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한때 '흠슬라'라고도 불리던 HMM의 주가는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는데요. 그 이유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정 기자, HMM 실적은 좋은데, 시장에서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은데요. 매각 이슈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새 주인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당장 중요한 건 HMM의 몸값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지난해 하림그룹이 HMM을 사려고 했을 당시 가격이 6조 4천억 원이었는데, 이것도 비싸서 못 산 거잖아요. 왜 가격이 비싸진다는 겁니까?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HMM이 빚을 갚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앵커>
빚을 갚는데 몸값이 불어난다고요?
<기자>
네, 현재 HMM은 채권단에 영구채를 발행했는데요. 이번 분기 말 기준으로 HMM이 들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1조 원이 넘거든요.. 사실 이자를 내면서 빚을 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서 받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앵커>
채권단이 주식으로 대금을 받으면, 그만큼 지분이 늘어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현재 채권단으로 있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이 57%가량 되는데요. 내년 3월까지 영구채를 계속 주식으로 받으면 지분이 72% 가까이 늘어나거든요. 팔아야 할 지분이 늘어나니 값은 오르고, 사는 사람도 부담, 파는 사람도 부담인 상황이 되는 겁니다.
<앵커>
정 기자, 그러면 HMM이 영구채를 상환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채권단도 굳이 주식으로 안 받고 현금으로 받으면 되는 것 같은데요?
<기자>
매각만 두고 보면 그런데요. HMM이 영구채를 계속 들고 있으면 이자가 불어납니다. 지금은 3% 수준인데 가산금리가 붙어서 6%로 이자율이 확 뛰고요. 이후엔 매년 이자율이 늘어나니 HMM 입장에선 여력이 있다면 상환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긴 합니다.
<앵커>
채권단도 주식으로 받는 게 나은 상황인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채권단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당 5천 원에 할 수 있거든요. 오늘도 주가가 빠지고는 있지만 1만 6천 원정도 되잖아요. 주식으로 받으면 주당 3배 가까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거죠. 돈 버는 선택지가 있는데, 이걸 안 하면 배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채권단이나 HMM 경영진이 어떤 선택을 할진 모르지만, 이런 가정들이 나온다는 얘기 자체가 모두 불확실성인 것이죠.
<앵커>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정 기자, 그렇다면 다른 해운사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대한해운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상당히 긍정적이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대한해운은 SM그룹에 편입된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시장 예상치를 훌쩍 상회했는데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 45.2% 늘어난 5,152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요. 영업이익 1,267억 가운데 거의 절반이 주택 분양사업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앵커>
주택 분양 사업이요? 영업이익의 절반이나 된다니 궁금하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한해운은 해운사업 외에도 충북 청주에 있는 오송 지구에서 주택 분양 사업도 진행했는데요. 분양 수익이 반영되며 기타이익 부문에서 558억 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처음 대한해운이 주택 분양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주가가 크게 내렸었는데 다행히 이익을 냈다는 점은 알아두셔야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 기자, 팬오션의 상황도 간단히 짚어볼까요?
<기자>
네, 팬오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755억 원, 98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부진했는데요. 다만 시장의 예상치보다는 나았습니다. 벌크선(-9%)과 컨테이너(-18%)의 매출이 특히 부진했는데요. 다행히 탱커선 매출액이 19%가량 늘면서 어느 정도 방어에 성공했고요. 그리고 팬오션은 최근 벌크 해운의 시황이 나아지면서, 지난분기 선대를 40척 가까이 늘리고 있거든요. 때문에 시장에선 당장 운임 상승세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오늘 발제 한 줄로 정리하면요?
<기자>
"한 때 흠슬라, 지금은 흠..."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