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잦다면 '염증성 장질환' 의심…가족력 있으면 위험 20배

김수진 기자

입력 2024-05-17 16:09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약 8만 6천 명으로, 2017년 6만 741명에 비해 약 42% 증가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오랜기간 장내 염증반응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뉘며,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내미생물이나 식이, 약물, 흡연과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족(1차 직계 가족) 중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있으면 해당 질병이 생길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약 20배 정도 증가한다. 또한 강직성 척추염, 건선, 포도막염과 같은 면역 질환이 있어도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만 침범하며, 오래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크론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협착이나 천공 등의 합병증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20~40대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60대 이상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장의 전층을 침범하는 염증이 깊게 발생하기 때문에 협착이나 농양, 천공, 누공 등의 합병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10~20대에 많이 발병한다.

염증성 장질환의 주요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점액변 등인데 단순히 소화불량이라 생각해 의심하지 않고 병을 키우는 환자도 꽤 있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교수

고성준 교수는 "젊은 나이에 반복적인 복통과 설사가 있거나 체중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 과거에 치루, 치열, 항문 주위 농양으로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 염증성 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건선이나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꼭 크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내시경을 통해 검사·진단한다. 최근에는 대변 검사를 통해 ‘칼프로텍틴’이라는 항목을 측정하는 검사 방법도 시행하고 있다. 칼프로텍틴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인다면 궤양성 대장염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

크론병은 소장을 침범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대장내시경 외에 추가로 CT나 MRI 검사를 통해 소장을 살펴봐야 한다. 크론병은 진단 시점에서 합병증이 없는 경우가 약 80%이며, 나머지는 협착이나 농양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로 진단된다.

두 질환 모두 약물 치료가 대표 치료법이다.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돕고, 염증 정도를 낮추는 기전의 약물을 사용한다. 약물치료의 효과가 없거나 협착, 천공, 대장암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보통 대장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크론병은 염증이 생긴 부분을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한다.

염증성 장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 ▲형제나 자매, 부모 등이 염증성 장질환이 있다면 1년에 한 번 관련 검사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장기적 사용 피하기 ▲너무 짜거나 단 음식은 피하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해 건강한 장내미생물 만들기 ▲육류보다는 생선 종류 단백질 섭취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이 권장된다.

고성준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이라 천공, 농양, 대장암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병증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에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로 염증 상태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평생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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