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의 '찐팬'으로 유명한 미국인 할아버지 제브 라테트(76)씨가 한국을 찾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어팩스에 사는 라테트 씨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코리아 인바이트유'(KOREA invites U)' 행사에 초청돼 오는 20일 한국을 방문한다.
라테트 씨는 지난 2월부터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Zev Does KDrama)을 개설해 활동하며 아이유 팬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아이유 팬들의 도움으로 공식 팬클럽 '유애나'에도 가입해 팬들 사이에서 '미국 유애나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지난 2월 하순에는 그의 유튜브를 본 아이유가 미국에서 오는 7월 열리는 자신의 콘서트에 라테트 씨를 초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아이유의 메시지에 놀란 라테트 씨가 가슴을 부여잡고 감격에 벅차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 14만여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라테트 씨가 아이유의 열혈 팬이 된 것은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되면서였다.
그는 2017년부터 넷플릭스에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돼 일본 드라마와 중국 드라마를 봤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 드라마를 봤을 때 이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훌륭한 캐릭터들이 돋보였고, 감정적으로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테트 씨는 "'호텔 델루나'를 봤을 때 정말 놀랐고, 완전히 빠져들었다"며 "아이유가 연기한 주인공 '장만월' 캐릭터는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고 당시의 감상을 떠올렸다.
이후 그는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를 연달아 모두 찾아봤고, 2013년 출연작인 '최고다 이순신'에서 아이유가 '잊혀진 계절'을 노래하는 장면을 보고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그는 "맙소사(Oh, my God)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며 "아이유가 엄청난 가수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녀가 노래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더욱더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이유 외에도 자신이 발견한 빛나는 한국 배우들의 모든 출연작을 잇달아 '정주행'으로 몰아본 덕에 한국 드라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됐다.
그가 주변에 한국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하도 많이 하자 친구 중 한 명은 이것을 주제로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했고, 이를 계기로 그는 유튜버의 길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또 드라마에 나오는 아름다운 배경의 장면들을 보면서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올여름 교사인 아내가 퇴직한 뒤 내년 봄에 한국 여행을 함께 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놨다.
몇 년간 그런 꿈을 꾸었던 그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코리아 인바이트유' 행사에 참석하는 그는 일정이 끝나는 24일 이후에도 자비를 부담해 28일까지 나흘간 더 머물며 한국을 여행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K팝과 드라마, 스포츠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을 좋아하거나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해외 거주 외국인 약 50명을 초청해 한국을 직접 체험하게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는데, 라테트 씨는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의 추천으로 초청 대상에 들게 됐다.
그는 "정말 기쁘고 설렌다. 한국 드라마에 많이 나온 궁궐들을 가보고 싶고, 특히 창덕궁 비원(Secret Garden)과 한옥마을에 꼭 가볼 것"이라며 "드라마에 나온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고,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뜨겁고 매운 음식을 소주와 함께 먹어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라테트 씨는 젊은 시절 지역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사회복지사, 소프트웨어 회사 등을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5년 전에 퇴직했다.
최근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그는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다"며 "한국어로 쓰인 댓글도 모두 읽고 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