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이 최종 확정에 바짝 다가섰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아직 복귀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들의 수련 기간 산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유화책을 내거는 동시에 행정처분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20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날로서 대부분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3개월이 됐다.
서울 시내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일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날부터 병원을 이탈한 뒤 지금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원하는 고연차 전공의는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이날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는 수련 기간에 공백이 발생하면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해야 한다.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그해 수련을 수료하지 못해 매년 초에 있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정부는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휴가나 휴직,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하라는 일종의 '구제 방안'을 내놨지만, 전공의들이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이탈 기간이 3개월을 넘겼더라도 일부를 휴가나 병가로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면 관련 서류를 제출받고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이탈 기간 일부가 휴가나 병가 등으로 처리되면, 이날 이후에 복귀하더라도 실질적인 공백이 3개월을 넘지 않으므로 내년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전공의들이 신속하게 돌아오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을 재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수련 기간의 유연한 산정과 행정처분 재개라는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내세워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셈이다.
전날 대통령실은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이행 여부와 관련해 "개별적인 사유 소명에 따라 개인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전공의 행정처분은 이런 시점(이탈 3개월)을 전후로 한 전공의들의 행동 변화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나온 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의대 증원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평가하며 각 대학에는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 완료를,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는 복귀를 촉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처분의 시점, 수위, 방식 등에 대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소모적 소송전과 여론전을 접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 의료 시스템 개혁을 위한 대안 논의에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도 전공의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의료현장의 파행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은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호소하며 주 4일 근무 등 휴진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측 변호사마저 나서서 전공의들이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사법부 결정에 대해 '법리가 무너졌다'고 비판하자 "전공의 너희들이 법리를 세우기 위해 뭘 했나. 수많은 시민이 법원에 낸 탄원서 하나를 낸 적이 있느냐"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대생 등의 법률 대리인이다.
이 변호사는 "전공의 도대체 너희들은 뭐냐. 유령이냐"며 "아직도 전쟁 중이니 정신 차리고 투쟁하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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