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플레이 테제21 선봬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5월31일(금)~6월9일(일)
◆ 스마트 폰에 고정된 우리의 시선에 던지는 물음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는 우리 시대의 플랫폼 자본주의가 디지털 데이터를 원료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여준다. 구글, 메타, 아마존, 카카오, 배민, 쿠팡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라는 감언이설로 ‘초단기 노동자(Gig Worker)’를 양산하고 있다.
스마트 폰에 접속하여 앱을 통해 일자리를 기다리는 주문형(On demand) 노동자들은 200년 전 초기 산업사회에서나 보았던 ‘임시 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일상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으며, 애플리케이션에 가려진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령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기술혁신’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한 플랫폼 기업들은 타인의 삶의 흔적을 무단으로 추출하여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데이터로 사용한다.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부를 키워주는 데이터로 이용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우리는 오늘도 스마트 폰 속의 인공지능이 묻는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며, 자발적으로 데이터 노동을 바치고 있다. <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는 일상적으로 스마트 폰에 고정된 우리의 시선에 물음표를 던진다.
◆ 초연결사회에 플랫폼과 데이터로 연결된 여섯 명의 등장인물의 캐릭터 드라마!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중퇴한 ‘늘찬’은 라이더 유니온의 ‘리키’를 만나 플랫폼 노동자로 살아간다. 실리콘 밸리의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애니’는 보안 감시용 AI를 개발하던 중 훈련 데이터로 처음 보는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이 무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니의 대학 동기이자 스타트업 <아우토반 바이오시티> CEO로 각광받는 ‘마틴 유’는 유튜브 채널 <마국장의 플랫폼 TV>를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다.
한편, 인턴 기자 ‘소은’은 리키의 제안으로 라이더와 배달 플랫폼 AI와의 대결을 취재하여 플랫폼 노동자가 처한 현실의 부당함을 전하려고 애써 보지만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을 받는 플랫폼 기업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스마트 폰 안에 자리한 디지털 세계에 대한 환상은 플랫폼과 데이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본과 노동의 모순을 은폐하는 것은 아닐까?
21세기, 우리 몸의 일부가 된 스마트 폰을 통해 우리에게 찾아온 긱 경제(Gig Economy)! ‘노동자’라는 정직한 이름은 사라지고, ‘파트너’라고 불리는 라이더와 드라이버가 등장했다!
◆ ‘플랫폼 자본주의’는 나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플랫폼 자본은 기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해서 인터넷이나 SNS에 존재하는 모든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추출할 수 있다. 어쩌면 나의 개인적인 데이터들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서 훈련 데이터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계약서상 ‘개인 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받지 못한 채,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들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것은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내리는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바로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이다.
드림 플레이 테제21의 대표적인 배우 6명이 재현적 연기과 제시적 연기를 넘나들면서 열연하는 ‘서사적 드라마’가 펼쳐진다.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 자본을 축적하는 데이터로 전락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돌아보자.
◆ ‘대극장의 시공간’을 위한 ‘플랫폼과 데이터’ 디자인들
[자본3:플랫폼과 데이터]는 2023년 9월 연우소극장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해마다 동시대성이 뚜렷한 창작극을 꾸준히 발표해온 ‘드림플레이 테제21’은 창작극 초연을 소극장에서 시작하고, 초연 이후 공연관계자와 연극평론가, 연극저널리스트, ‘드림플레이 테제21’ 관극회원과 일반 관객들의 다양한 모니터를 통해 초연의 과정과 결과들을 모아 합평회를 거친 뒤 이듬해부터 레퍼토리 공연을 지속해왔다. [자본3:플랫폼과 데이터]는 초연 이후 레퍼토리 공연의 극장 공간을 대극장으로 염두에 두고 디자인이 이루어졌다.
무대 세트는 ‘플랫폼과 데이터’라는 제목처럼 텔레비전·컴퓨터 모니터의 화상을 구성하는 화소인 픽셀 이미지를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영상 이미지를 투사할 수 있다. 영상디자인으로는 유튜브 방송, SNS 영상 이미지, AI 로봇과의 커뮤니케이션, 화상 통화 등의 플랫폼과 데이터 이미지들을 상영한다. 또한 조명디자인의 변화를 극대화하여 다양한 컬러 이미지들을 픽셀 이미지에 투사하여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사이를 효과적으로 넘나드는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
무대 대·소도구들은 도시의 거리를 미니어처로 재구성해놓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입체 구조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극장 공간에서 크기와 모양을 더 다채롭게 접근하여 실제로 배달 노동 라이더들이 다이내믹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의 모니터 화면 또한 입체적으로 재구성될 예정이며, 극중 실리콘 밸리 프로그래머로 등장하는 애니와 인공지능 로봇과의 대화와 얼굴 인식 프로그래밍의 과정 또한 대극장의 시공간에서 알맞은 스케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현재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인물 6인 외에도 대극장 공연에 필요한 조역/단역/코러스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새롭게 추가하여 장면의 입체감을 풍부하게 만들 계획이다.
공연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5월31일부터 6월 9일까지 열린다. 공연시간은 평일은 20시에,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은 16시에 시작된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