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서로를 향해 "대화하자"는 말만 반복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상대방에게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고 요구만 할 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양쪽의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23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醫政) 모두 대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전제 조건부터 엇갈리면서 한 테이블에 앉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대한의학회 등과 비공개 연석회의를 열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뒤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대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언제든 어떤 형식이든지 대화에 임할 자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고, 이후 이어진 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정부는 형식과 논제에 구애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로 대화하자면서도 좀처럼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데에는 전제 조건에서 차이가 벌어져서다.
의협 등 의료계는 대화에 앞서 의대 증원이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대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하는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건 없이' 대화의 자리에 나와달라고 요구한다.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나 1년 유예 등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 차관은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와 같은 비현실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수가 개선과 의료사고에서의 소송 부담 완화 등 의료 개혁은 이미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대화의 자리에 나오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 서로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의정 갈등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2월 20일 전공의들의 이탈로 시작된 의정 '강대강' 대치가 만 3개월을 넘어 넉 달째가 돼가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는 수련 기간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추가 수련 기간이 석 달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이 1년 늦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이탈한 2월 20일 기준으로 이달 20일까지는 돌아왔어야 차질 없이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휴가, 병가 등 불가피한 사유를 소명할 경우에는 이탈 기간 중 일부를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복지부는 우선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한 채 복귀를 기다리면서, 복귀한 전공의들에게는 행정처분도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은 불법이므로 나중에 법적 책임이 따르게 되겠지만, 저희가 복귀를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분명히 차이를 둬서 하겠다고 여러 차례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며 "복귀를 신속하게 하는 경우에는 개인의 불이익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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