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올해 1분기 가구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소득이 늘었지만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올해 초 대기업 상여금이 줄어든 것도 가구 소득을 쪼그라들게 한 주요 요인이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1인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 월평균 소득은 512만2천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가계소득은 3개 분기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전 분기(3.9%)보다 크게 둔화했다.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329만1천원)이 1.1% 줄어든 영향이 가장 컸다.
가계 근로소득은 지난해 대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상여금이 줄면서 2021년 1분기(-1.3%)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사업소득(87만5천원)은 임대소득 증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농업소득 증대 등 영향으로 8.9% 늘었다. 이전소득(81만8천원)도 국민·기초연금 수급액 인상, 부모급여 확대 등으로 5.8% 증가했다.
명목소득 증가에도 물가를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1분기 기준 2021년(-1.0%)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실질 근로소득은 3.9% 줄며 감소세를 주도했다.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동향수지과장은 "물가만큼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가구 실질소득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지출의 증가율은 0.0%에 그쳤다. 가계가 1분기에 지출한 돈은 늘었지만 물가 변동을 제외하고 보면 실제 소비 규모는 그대로였다는 의미다.
1분기 실질 소비 지출 증가율은 같은 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7.4%)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항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평균 40만4천원으로 7.2%(2만7천원) 늘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2021년(7.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과일 및 과일가공품 구매액이 5만1천원으로 18.7%(8천원)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소비는 11.7% 감소했다.
비소비지출은 이자 비용 증가 등 영향으로 1.2% 늘어난 107만6천원으로 집계됐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4% 늘어난 404만6천원이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13만8천원으로 2.6% 줄며 3개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8.1%였다. 흑자율은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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