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어디인지"…민원인은 미로 뚫고 법정, 법원 직원은 전용 통로

입력 2024-05-24 06:17  


대전법원 청사 정문 1층 로비에서 법정에 들어가기 위해 좁고 복잡한 통로를 지나야 하는 민원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법원 직원들은 1층 로비에서 보안 개찰구를 통과해 곧바로 법정으로 들어가는 전용 통로로 건물 반대편까지 이동할 수 있어 '차별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24일 대전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법원 청사는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시설 일부를 바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청사 1층 정문 로비에서 법정으로 들어가는 동선이 확 바뀌었는데, 매우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민원인이 정문 1층 로비에서 법정 초입 계단까지 가려면 90도 방향 전환을 5차례나 해야 한다.

사무실과 사무실 사이 통로를 이동하다 보니 폭이 좁아서 마치 미로를 걷는 것과 비슷하다.

나이가 지긋하거나, 처음 방문하는 민원인들이 길을 묻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되고, 반대편에 오는 사람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민원인은 "길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법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긴장된다"고 말했다.

통로 사이사이 설치된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리는 탓에 민원인들과 부딪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방향을 90도 전환할 때마다 '충돌 주의'라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대전법원 법정으로 향하는 길이 원래부터 이렇게 복잡하진 않았다.

정문 1층 로비에서 법정 입구가 있는 건물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널찍한 직선 길이 있었지만, 몇해 전 가벽을 설치하면서 가로막혔다.

가벽 틈에 작은 통로를 둬서 드나들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보안 개찰구가 생기면서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가장 복잡한 방법으로 변형된 것이다.

가장 먼저 지역 변호사회가 법원에 정식으로 법정 통로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 측은 보안 문제 때문에 통로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층에 설치된 보안 개찰구를 제거하면 법원 내부로 올라갈 수 있는 승강기를 바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전지법은 최근 청사 건물 관리 권한이 고등법원에 있다는 이유로 변호사회 요구에 확답을 피하고 있다.

변호사회는 조만간 대전고법에도 정식으로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지역 한 변호사는 "민원인들이 법정으로 가는 직선 통로가 가로막혀 미로 같은 길을 돌아서 가고 있다"며 "시설을 개선할 때 시민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이번에 리모델링하면서 더 불편해졌다. 하루빨리 개선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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