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15세의 어린 나이에 숨진 이탈리아 소년이 가톨릭교회 성인으로 추서될 것으로 보여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 복자인 카를로 아쿠티스에 의한 두 번째 기적이 있었다고 결정하고, 이 소년에게 시성(諡聖) 자격을 부여했다. 그는 사후 14년 만인 2020년 복자 반열에 오른 후 두 번째 기적이 인정되어 성인 반열에 오를 자격을 갖췄다.
카를로 아쿠티스는 1991년 이탈리아인 부모 사이에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어릴 때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했다. 초등학생 때 코드를 독학한 컴퓨터 영재인 그는 가톨릭 성인의 기적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제작·관리하는 등 가톨릭 복음을 온라인으로 전파해 '신의 인플루언서'로 불렸다.
그의 어머니는 과거 한 신문에 아들이 세 살 때부터 밀라노 성당들에 가자고 했으며, 용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했다고 말했다.
아쿠티스는 또 부모가 이혼한 학급 친구들을 돕겠다고 하거나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막고 노숙인들에게 음식이나 침낭을 가져다주곤 했다고 모친은 말했다.
그는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006년 10월 1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 유언대로 청빈한 삶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1181∼1226)의 고향 아시시에 묻힌 아쿠티스는 2020년 복자(福者)에 올랐다.
2013년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기적은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자전거 사고로 긴급 개두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진 20대 코스타리카 여성 발레리아 발베르데와 관련됐다.
이 여성의 어머니는 아시시에 있는 아쿠티스의 무덤에서 딸의 회복을 기도했다. 위독한 상태였던 발베르데는 모친이 기도한 날 인공호흡기 없이 호흡을 시작했고 언어 능력 등을 회복했다고 전해졌다. 불과 10일 후에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뇌타박상도 사라졌다.
가톨릭에서는 고인에게 그들을 대신해 신에게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기도를 할 수 있다. 누군가가 질병이나 부상에서 회복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는데, 그 기도로 인해 누군가 예상 밖의 회복을 한다면 교황청이 이를 기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공적인 공경 대상이나 그 후보자에게 시성 절차에 따라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聖人) 순으로 경칭을 부여한다. 교황청에서 성덕이 인정돼 가경자가 된 뒤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된다.
아쿠티스가 시성 되면 밀레니얼 세대로서는 최초의 성인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한 912명 가운데 가장 최근에 태어난 사람은 1926년생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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