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29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앞선 의정(醫政) 갈등 사례에서도 투쟁의 최선봉에 서 왔던 전공의들은 이번에도 정부가 각종 행정명령을 내린 상황에서 생활고를 겪어가면서도 온몸으로 정부 정책에 맞서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27년 만의 의대 정원 증원 작업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지 꼭 100일째다.
전공의들은 의대생들과 함께 지난 2월 20일을 '디데이'(D-day)로 잡고 가운을 벗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고자 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는 의사를 칭한다.
수련생과 근로자(의사)라는 이중적 지위에 놓인 채 상급종합병원에서 도제식으로 수련받으면서 장시간 과로에 시달려왔다.
이들이 속한 수련병원은 전체 인력의 최대 40%가량을 저임금의 전공의로 채워 병원을 운영해왔다.
각 병원은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지자 인력난·경영난 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그만큼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셈이다.
전공의들은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됐는데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특히 과외나 병원 행정직, 배송 알바 등으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면서도 본래 직장인 병원으로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에서는 레지던트 1만501명 중 839명만 출근(출근율 8.0%) 중이다.
이 가운데 대다수 전공의가 소속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출근율은 6.8%(9천991명 중 675명)로 더 낮다.
정부는 연속 근무시간 단축, 수련환경 개선 등을 약속하며 복귀를 설득할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를 파악하고자 수련병원에 요청한 개별 상담 기간을 연장했다.
복지부는 애초 병원에 전공의 개별상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상담은 24∼28일 진행하고 이날까지 결과를 제출해달라고 했으나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기한을 31일까지로 미뤘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형식과 의제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 대화를 요청했다.
의사단체들은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30일 전국 권역별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인 가운데, 강원권에서는 하루 전인 이날 오후 8시 강원도청에서 먼저 촛불집회를 연다.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정책을 규탄하는 한편 증원으로 어떤 위험이 생길지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방침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연 데 이어 이날은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는 복지부 의료개혁 실무자들도 참석해 정부가 제시하는 의료의 미래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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