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내린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가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토마스 요르단 총재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경직된 물가 목표가 통화정책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채영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3월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 신호탄을 쏜 스위스.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에서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선제적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물가 목표 유연성을 꼽았습니다.
스위스는 현재 물가 목표를 0~2% 범위로 넓게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물가 목표 수준을 2%로 둔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물가 목표 유연화로 외부 충격과 전망 불확실성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자국의 경제 상황에 맞게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었다는 겁니다.
반면 한은은 단일 물가 목표제로 정책 결정을 하고 있어 대외적인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창용 총재도 이날 자리에서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물가 전망에 불확실성이 있고, 통화정책의 기준점이 되는 중립금리를 추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중립금리 추정 과정에서 환율과 경상수지, 자본이동 같은 국제적 요인을 도입하려고 하면 추정치의 변동성이 상당히 커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요르단 총재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토마스 요르단 / 스위스중앙은행 총재 : 우리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가 가장 균형이라고 믿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스위스와 한국 모두 소규모 개방 경제로, 주요국들의 상황에 따라 대외 충격에 취약해 신축적인 물가 목표 밴드를 설정하는 등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용해야한단 조언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자유로운 자본 이동, 독립적인 통화정책, 환율 안정 등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엔 어려운 구조라 선제적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경제TV 김채영입니다.
영상편집 : 노수경
CG : 심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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