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가 월가 기대보다 낮은 실적을 공개한 여파에 미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세일즈포스가 편입되어 있는 다우지수는 물론 구독과 AI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업황 악화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다.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47포인트, 0.6% 내린 5,235.48, 나스닥은 183.5포인트, 1.08% 내린 1만 6,737.08에 그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30.06포인트, 0.86% 하락한 3만 8,111.48로 거래를 마쳤다.
● 미국 핵심 인플레 관망…연준 위원들은 "4분기 내릴 수도"
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둔화했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는 전분기 대비 1.3%로 속보치 1.6%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속보치, 수정치, 확정치 3단계에 걸쳐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초기 발표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둔화한 배경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GDP 구성 항목 가운데 소비자지출은 속보치 2.5%에서 2.0%로 0.5%포인트나 낮아졌다. 미국 개인들은 자동차와 가전, 가구 등 목돈을 들여 구매하는 상품에 대한 지출을 같은 기간 4.1% 줄였다. 정부 지출은 예상수준인 1.3% 증가를 보였지만, 국방 지출이 0.7% 감소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기업들은 올해 들어 비교적 활발한 투자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비주거 투자는 속보치 2.9%에서 3.3%로 상향 조정됐는데, 주요 자본 지출 약화를 지적재산권 투자로 상쇄했다. 주택 등 주거용 투자는 15.4%로 건설 시장 회복이 예상 밖으로 뚜렸했다.
지난 분기 인플레이션은 근원 개인소비지출 기준 속보치 3.7%보다 0.1% 포인트 낮은 3.6%로 낮아졌다. 개인들은 가처분 소득이 1.9% 증가했지만 소비를 줄이고, 저축은 3.8%를 유지하며 불확실성에 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지표 발표로 미 국채금리는 동반 하락을 보였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7.4bp내린 4.550%로 기술주 등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비교적 온건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제도 총재는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 속도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완화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높은 구인률과 높은 임금상승률이 연준 정책 전환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경제는 시간에 따라 더 균형을 이뤄가고 있고, 물가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하반기 인플레이션 하락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최근 물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로 돌아섰다기 보다 지난해 하반기의 비정상적인 수치가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질의응답에서 "언제 금리인하를 지지할지 말 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물가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지지 않는 신호라고 보긴 어렵다"고 다소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준 인사 가운데 매파적 발언을 이어왔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도 지역 컨퍼런스에서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다양한 인플레이션 지표가 목표 범위로 돌아서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진행된다면 "올해 연말, 즉 4분기 금리인하를 실제로 생각하고 준비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 세일즈포스 부진에 마이크로소프트도 급락..중소형주만 반등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계를 이끌던 세일즈포스의 전날 실적 부진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서비스나우, 스노우플레이크 등 유사한 형태의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의 주가에 일제히 타격을 줬다.
앞서 세일즈포스는 29일 장 마감 후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에서 매출은 92억~92억 5천만 달러로 컨센서스인 93억 5천만 달러보다 낮게 발표했다. 또한 주당 순익도 2.34~2.36달러로 컨센서스인 2달러 40센트를 밑돌았다.
브라이언 밀햄 세일즈포스 최고재무책임자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예약 모멘텀이 강한 4분기를 제외하면 1분기 들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밀햄 CFO는 이어 고객사인 기업들이 "예약 주기를 늘리고, 구매에 신중해졌다"고 언급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 플랫폼을 얹어 구독기반 매출을 끌어올려왔던 세일즈포스도 비용 감축에 들어간 고객사들오 인한 실적 둔화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에 맞춘 투자 확대로 인한 비용 관리까지 이러한 클라우드 기업들에게 먹구름이 되고 있다.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진 스노우플레이크가 인공지능 상품군 개발을 이유로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했고, 워크데이도 같은 이유로 실적 기대치를 낮춰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시간외에서 실적을 발표한 몽고DB 역시 2분기 전망치를 컨센서스인 4억 7천만 달러보다 낮은 4억 6천만 달러에서 4억 6,400만 달러로 제시해 오후 6시 30분 현재 25.7% 급락 중이다.
엔비디아로 인해 인공지능 서버 확장의 수혜주였던 델 테크놀로지도 이날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맞추지 못해 시간 외에서 18.2% 하락을 기록했다. 델은 지난 분기 매출 222억 달러로 전년 대비 6.3% 증가하고, 주당순이익은 1.27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216억 달러 매출과 1.23달러 주당순익을 넘어선 기록이다.
인공지능 작업을 처리할 서버 매출은 전 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7억 달러, 서버 수주 잔고는 30% 이상 늘어난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매출 전망치는 935억~975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조정 이익은 주당 약 7달러 65센트로 예상치에 근접했다. 델은 올해 내내 인공지능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을 위해 개발 중인 FSD(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국 정부 기관 등록을 준비 중이라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로 1%대 상승을 보였다. 테슬라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의 허가를 받으면 현지에서 테슬라 차량으로 공공도로에서 FSD를 시험한 뒤 차량에 탑재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로이터는 이러한 서비스는 월 구독 방식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테슬라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형주 가운데 스니커즈 등 운동화 할인점인 풋락커는 나이키와 거래 물량을 늘리고 턴어라운드 계획에 따른 주당 순익이 월가 기대치 2배 가까운 주당 22센트를 달성했다. 풋락커 주가는 이로 인해 하루 14.9% 뛰었다. 할인 의류점인 벌링턴스토어 역시 매출 24억 달러, 조정주당순익 1.42달러로 기대를 웃돌아 장중 17% 올랐다. 갭은 올드네이비, 바나나리퍼블릭 등 주요 브랜드가 흑자로 돌아서고 주당순익은 41센트로 시장 기대치 14센트를 대폭 웃돌아 시간외에서 20%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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