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우리나라 중립금리가 -0.2~1.3%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31일 발표됐다. 물가목표치(2%)를 고려한 명목 중립금리는 ‘1.8~3.3%’ 수준으로 분석됐다.
도경탁 한국은행 과장은 이날 오전 한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 특별 세션에서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추정했다.
도 과장은 “선행 연구에서 제안된 4가지 모형을 활용해 추정한 결과, 한국의 장기 중립금리가 오랜 기간 하락하다가 코로나19 이후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로 하는 ‘통화정책 기준점’ 개념으로, 물가 상승이나 물가 하락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를 의미한다.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높게 설정하면 물가를 떨어뜨릴 수 있고, 낮게 설정하면 물가 상승률을 올릴 수 있다.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위로, 아래로 조정하면서 긴축적·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셈이다.
다만 중립금리는 직접 관측할 수 없어 다양한 자료와 모형을 통해 추정치를 도출해야 한다.
도 과장을 포함한 연구진은 총 4개 모형을 활용해 올 1분기(1~3월) 시점에서 전망한 장기 중립금리가 0.2~1.3%로 추정된다고 봤다. 이는 실질 중립금리(명목 중립금리-물가목표치)로, 물가목표인 2%를 더하면 명목 중립금리 수준은 1.8~3.3%이다.
이에 따르면 현 기준금리(3.5%)는 중립금리 범위보다 높아 긴축적인 수준에 해당한다. 중립금리 추정에 대한 한은 내부 연구 자료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한국의 중립금리는 장기간 하락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소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2000년 1분기 1.4~3.1% 수준에서 2020년 1분기 -1.1~0.5%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가 현 수준으로 반등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은은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중립금리가 상승 전환했을지는 앞으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뒤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립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는 인구구조, 재정정책, 생산성, 소득불평등, 기후변화 등이 꼽혔다.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가 지속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중립금리는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득불평등이 심화할 경우엔 저축성향이 높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저축률이 상승하면서 중립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도 과장은 “앞으로 장기에 걸친 중립금리 향방을 논하는 데 있어 인구구조 변화, 기후 변화 대응, 인공지능(AI) 관련 생산성 변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제기되곤 있지만, 글로벌 경제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잠재성장 제고 여부가 향후 추이 관련 핵심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립금리의 향후 추이와 관련해 인구 고령화·생산성 등 구조적 요인 변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전날 콘퍼런스에서 중립금리 추정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 추정 모형에)환율과 경상수지, 자본이동성과 같은 대외 요인을 넣을 때마다 중립금리 추정치가 상당히 많이 변동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은은 주요국 중립금리 추정치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도 과장은 “선행 연구에 따르면 주요국 중립금리 추정치의 경우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생산성 및 잠재성장 변화, 인구구조 변화, 안전자산 수요 및 공급, 글로벌 중립금리의 파급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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