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수수료 위해 타인 명의로 가입
금감원 "엄중 제재할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보험산업은 '민원왕'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있어 소비자 신뢰도는 타 업권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보험업권 CEO 간담회)
김용태 보험대리점협회장 "보험대리점, 낮은 위상과 나쁜 평판이 가장 큰 문제" (취임 1주년 간담회)
지난해말 기준 보험관련 금융민원은 4만9,767건으로 전체 민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보험산업의 건전한 질서 확립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오고 있지만, 판매 과정에서 여전히 위법사례는 끊이지 않아 업계에 대한 '나쁜 평판'은 사라지기 힘들어 보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여러 위법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타인 명의로 무려 500건이나 보험가입
한 GA의 대표는 지점 조직의 이탈로 인해 수수료 수입과 같은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에 대표는 직접 지인 등의 명의를 빌려 수수료가 고액인 상품을 중심으로 보험계약을 허위로 체결하기 시작합니다.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체결하는 계약으로, 일부 지인들에게는 보험사의 해피콜이 왔을 때 "네"라는 답변만 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GA의 소속 설계사인 A씨도 판매실적 부진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동료 설계사 10명과 함께 가족과 지인의 명의를 빌려 2년간 총 493건, 무려 500건에 달하는 허위계약을 체결합니다. GA와 설계사는 이 같은 허위계약으로 모집수수료 차익을 얻게 됩니다.
위 사례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적발한 대표적인 GA의 작성계약 건입니다. 작성계약이란 보험 모집이나 체결 과정에서 가족 또는 지인 등 다른 사람의 이름을 차용해 체결되거나 명의인의 동의없이 체결된 허위·가공의 보험계약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작성계약을 통해 GA와 설계사는 수수료 수익을 얻고, 보험사는 판매실적이 증대될 수 있지만, 결국 이와 무관한 일반 보험소비자들에게는 보험료 상승 요인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작성계약, 보험업법에서 금지하는 명백한 불법
보험업법 제97조에서는 이 같은 작성계약을 불법행위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험업법 제97조(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제1항은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그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합니다. 그 중 6호에는 '실제 명의인이 아닌 자의 보험계약을 모집하거나 실제 명의인의 동의가 없는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작성계약 모집행위에 대해 위법·부당의 정도를 감안해 과태료와 같은 금전제재와 등록 취소 등 기관·신분제재 등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보험업법상 작성계약 위반 1건당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고 등록취소, 6개월 이내 업무정지 등도 부과가 가능합니다.
실제 위 사례와 같이 지난 4년간 금감원이 작성계약 금지 위반과 관련해 적발한 GA에게는 총 55억5,000만 원의 과태료와 30일에서 60일 사이의 엄부정지가 부과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검사에서도 보험업계의 일반적 관행처럼 작성계약이 지속 적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금감원은 지적했습니다.
◆ 작성계약하면 법정 최고한도 과태료 낸다
이 같은 사례들로 건전한 모집질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금감원도 칼을 빼듭니다. 금감원은 오는 7월까지 보험업계 스스로 위법행위를 점검하고 시정할 수 있는 '자율시정기간'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주는 셈입니다.
자율시정기간이 끝난 뒤 적발되는 작성계약 혐의에 대해서는 위법행위의 중대성을 감안해 엄중 제재한다는 방침입니다. 작성계약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GA 소속 임직원이나 설계사 등에 대해서는 설계사 등록취소 등 신분제재와 함께 법상 최고 한도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GA가 소속 임직원과 설계사의 위법행위를 조장 또는 방조하거나 감독과 주의를 소홀히 한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물기로 했습니다. 특히 조직적인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등록취소 등으로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여전히 보험업계에는 이 같은 위법행위가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지만, 보험산업이 존재하는 본래 취지인 '사회안전망 역할'이 훼손되지 않도록 건전한 질서 확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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