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폭락' 벅셔 해서웨이…8.6억원 휴지조각될 뻔했다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6-04 09:35  



미국 뉴욕증시가 인플레이션 하락 기대에도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의 성장 둔화 우려와 장중 발생한 전산사고 등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혼조세를 보였다.

현지시간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9포인트, 0.11% 오른 5,283.4, 나스닥은 93.65포인트, 0.56% 상승한 1만 6,828.67을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이날 하루 전체 지수를 견인했지만, 이러한 AI 수혜주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는 115.29포인트, 0.3% 내린 3만 8,571.03에 거래를 마쳤다.

● 뉴욕증시서 99% 폭락 종목 속출…소프트웨어 오류, 매매 전면 검토

한 주에 우리 돈 8억 2천만 원에 달하던 벅셔해서웨이A주 가격이 오전 거래에서 한때 약 25만 원선까지 폭락한 뒤 거래가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형원자료 개발 업체인 뉴스케일 파워는 주당 13센트, 약 98.51%까지 폭락했고, 금광 업체인 배릭골드도 하루 만에 98.5% 폭락하는 이상거래로 투자자들의 혼란을 일으켰다. 이날 이처럼 정상 거래 범위를 초과한 주식은 치폴레, 뱅크오브몬트리올 등 40개 종목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번 전산 사고는 실시간 거래 호가를 기록 감독하는 CTA(Consolidated Tape Association)의 소프트웨어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거래소측은 해당 프로그램을 사고 발생 이전 버전으로 복원해 오전 11시37분 이후 사고가 발생한 주식에 대한 가격을 고쳐 거래를 재개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이 벅셔 해서웨이와 같은 폭락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벅셔해서웨이B주는 정상 거래를 이어가며 이날 0.1% 가량 상승 마감했고, A주는 63만 1,110달러로 기존 가격을 회복했다.

이날 거래를 정상 매매로 분류할 경우 해당 참가자들은 하루 만에 3,400배의 수익을 얻는 셈이 된다. 그러나 뉴욕증권거래소측은 이러한 매매를 모두 검토할 예정으로 해당 거래 체결 내역 대부분은 무효 처리될 전망이다.

미 증권거래시스템이 고도화했지만, 올해 들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지수 거래가 1시간 거래 중단됐고, 지난해 12월 말에도 나스닥 일부 종목이 거래취소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 인플레이션 우려 또 낮아졌지만…확 꺾인 미국 성장률 전망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크게 덜어냈다. 5월 ISM 제조업 PMI는 48.7로 예상치 49.8보다 낮았고, 전월 기록인 49.2를 밑돌았다.

세부 지표에서 신규 주문이 45.4로 전월 49.1에서 3.7포인트나 내렸고, 재고 지수도 47.9로 48.2에서 0.3포인트 하락했다. 제조과정의 물가 압력을 측정하는 가격지수는 57로 예상치 60포인트를 3포인트 밑돌았다. 가격 지수가 이렇게 하락한 것은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말 미 상무부가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이 전월대비 0.2% 상승했음에도 시장은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경계감을 놓치 못했다. 이날 ISM 제조업 PMI 가격지수 발표 이후 연준의 통화긴축 완화 기대가 되살아나며 채권금리는 급락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6bp 내린 4.396%로 4.4%대를 깨고 내려왔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덜어냈지만 미국 경제의 연착륙 경로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가 오전에 발표한 4월 건설지출은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이는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으로 반도체와 친환경 사업체의 공장 건설 외에 민간 프로젝트 부진을 확인시켜줬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제도가 미국 주요 지표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GDP나우는 지난 주보다 0.9%포인트 내려 오는 2분기 1.8%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3%대에서 올해들어 1%대초중반까지 밀리면서 거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게 됐다.



● 믿을 것은 엔비디아…젠슨 황 CEO, 반년 만에 차세대 플랫폼 구상

이날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한 가운데 엔비디아를 중심으로한 AI 관련 기술주만 상승세를 지켰다. 엔비디아는 지난 주말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차세대 AI 아키텍처에 대한 구상을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주력인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H100, H200 시리즈를 비롯해 하반기 블랙웰로 불리는 고성능 가속기를 클라우드 기업들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여기서 속도를 더해 매년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차원에서 '루빈'으로 불리는 모델을 내놓을 전망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현재 컴퓨팅 인플레이션에 놓여있다"면서 "처리할 데이터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가속컴퓨팅을 통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빈 플랫폼은 차세대 메모리인 HBM4를 기반으로 설계 중에 있다. GPU와 연결된 처리 용량, 대역폭을 대폭확장한 기술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핵심 경쟁 분야이기도 하다.



서버와 개인용 컴퓨터에서 인공지능 보급이 전방위로 이뤄지면서 이를 수익화하기 위한 후발 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는 전날 컴퓨텍스에서 오는 하반기 5세대 EPYC 서버 프로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AI 가속기는 MI300 개량 버전을 올해 내놓고, 매년 성능을 높여 2026년 MI400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Arm홀딩스는 인텔 진영의 x86 기반 프로세서가 독식하던 윈도우즈 운영체제 기반 개인용컴퓨터 시장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르네 하스 Arm홀딩스 최고경영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윈도우 운영체제 점유율은 5년 안에 50% 이상일 것 같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Arm 기반 기술로 퀄컴이 설계한 스냅드래곤X엘리트 프로세서를 이용한 AI 노트북을 출시했다.

AI 기술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4.9% 급등해 주당 1,150달러를 기록했고, Arm홀딩스도 5.48% 강세를 보였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에도 단계적인 증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가파른 하락을 보였다. 지난 2일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디에서 회의를 열고 내년까지 336만 배럴의 감산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주도한 220만 배럴의 추가 감산안은 오는 9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연장한 뒤 점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원유 수요 회복이 더디고 공급은 늘어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시장은 유가 하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3.61% 하락한 배럴당 78.1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는 3.75% 내린 배럴당 74.1달러까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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