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 2차 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수준은 물론,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등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과 같은 최저임금 지불 당사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업종별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내세웠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별금지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제도 취지에 맞지 않은 논의'라고 맞받아쳤다.
또 노동계가 요구한 배달라이더와 대리기사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경영계는 "심의 주제 자체가 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노사가 쟁점에 대해 여전히 큰 간극을 보이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21일 첫 전원회의에서 상견례를 한 노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부터 쟁점 사안들에 대해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사용자 측 운영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 주요 지불 당사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이들의 지불 능력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최근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사업장 16만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사업장당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7.7%, 영업이익은 23.2%가 감소했고 1분기 개인사업자의 대출연체 금액은 15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주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임금 노동자 중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 노동자의 비율)이 업종별로 40∼50%포인트 차이를 보이는 비정상적 상황 해소를 위해 업종별로 구분 적용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 측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생산과 수출 등 지표가 개선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최저임금 직접 영향권인 소상공인에게는 딴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일부 업종의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 부진한 경영실적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구분 적용 심의를 위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아 실질적인 심의를 못하고 있는데 최임위가 법에서 정하는 역할의 수행을 위해 구체적인 심의 자료를 제공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구분적용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근로자 측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수많은 노동자가 최저임금 차별 반대를 위해 모였고 국회에서도 야당 위원 중심으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 했으며 실현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며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업종별 차별 적용처럼 사회 갈등만 유발하는 논의는 걷어내고 제도 취지에 맞는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맞섰다.
류 사무총장은 "올해는 반드시 최저임금이 노동자 가구가 살아갈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인상돼야 한다"며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국민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 수단이라는 점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특정 업종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되면 이미 겪고 있는 인력난이 악화하고 해당 업종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구분 적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경영계는 지난 1차 회의에서 노동계가 요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선 "논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므로 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없다"며 "케이스별로 근로자성이 인정된 도급형태 근로자의 경우 필요성이 인정돼야 별도의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는데 인정의 주체는 위원회가 아니라 정부와 법원이 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는 이날 심의자료로 오른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해석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한국통계학회가 2023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작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 246만원으로 전년 대비 2 올랐다.
류 전무는 "여기엔 월 소득 700∼800만원의 고임금 계층까지 포함한 것이라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정책 대상인 최저임금 근로 계층의 생계비 수치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자 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비혼 단신근로자가 최저임금으로 결혼도 아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시급하게 검토돼야 한다"면서도 "(단신근로자가 아닌) 가구 생계비로 검토해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