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 관광객이 이탈리아 남부 고대 로마 유적에 매직펜으로 자신의 서명을 낙서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이탈리아 경찰이 전날 밤 남부 나폴리 인근 헤르쿨라네움에 있는 고대 로마 주택의 프레스코화(벽에 석회를 바르고 그 위에 그린 그림)를 훼손한 혐의로 27세 네덜란드 남성을 붙잡았다고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헤르쿨라네움은 서기 79년 베수비오산 화산 폭발로 폼페이오와 함께 매몰됐다. 화산 폭발로 많은 유물이 묻혔지만, 고고학자들의 발굴 끝에 유적지가 발견됐다.
네덜란드 국적인 이 남성은 휴가차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하다 당시 폭발에서 살아남은 프레스코화 위에 지워지지 않는 검은색 매직펜으로 그라피티(Graffiti·공공장소에서 낙서처럼 그린 그림)를 그려 넣었다. 경찰은 이 그라피티가 남성의 서명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유적지 공원 직원이 낙서를 발견해 곧바로 당국에 신고한 끝에 범인이 잡혔다. 그는 예술 작품 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성명에서 "모든 훼손은 우리 유산, 아름다움, 정체성에 해를 끼친다"며 "이것이 최대한 단호하게 처벌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유적이 관광객들에 훼손된 사례는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이탈리아 국내 여행객이 로마 콜로세움 내부 벽면에 열쇠로 긁어 자신과 여자친구 이름을 새겨 넣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밀라노에서는 쇼핑 아케이드로 쓰이는 유명 건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상단에서 그라피티가 발견됐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올해 유적 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유적 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겐 최대 4만유로(약 6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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