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상반기가 다 끝나가는 지금까지 협상 중 입니다.
산업1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선박을 건조할 때 쓰는 후판 가격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고요?
<기자>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반기마다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합니다.
올 상반기 후판값을 책정하는 협상은 상반기가 끝나가는 현시점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두꺼운 두께(6mm 이상)의 철판인 후판은 선박과 건설 등에 쓰이는데 선박의 경우 원가의 20%를 후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같은 원재료 가격부터 산업용 전기료까지 올라 원가 부담이 커졌다”며 “특히 조선업황이 좋기 때문에 이번에는 후판값을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조선업계는 “조선업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은 영원한 것이 아니어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산 철강재 가격은 해외 철강재에 비해 30% 이상 비싸기 때문에 후판값을 인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조선사들은 특히 "조선업 불황 당시 후판값 때문에 조선사들은 해마다 수조 원의 적자를, 철강사들은 수조 원의 흑자를 냈다"며 감정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양측 입장이 팽팽해 협상 타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후판은 현재 지난해 하반기 가격에 거래 중으로 올해 상반기 가격이 정해지면 인상분 혹은 인하분이 소급 적용됩니다.
<앵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어느 쪽 입장이 더 일리 있는 건가요?
<기자>
먼저 한층 더 꼬여버린 협상의 이면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오는 8월부터 중국산 철강재에 2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미국향 물량을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세율에 따라 관세가 없는 우리나라에 헐값으로 투하하고 있습니다.
후판은 건설용과 선박용을 혼용할 수 있는데
중국은 자국 건설경기 부진으로 넘쳐나는 후판을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수요가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재고떨이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작년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전년 대비 87.5% 넘게 폭증한 120만톤(t)으로 이는 국내 전체 수입량의 6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중국산 후판값은 1톤(t)당 약 70만 원으로 약 90만 원인 국산보다 30% 가까이 저렴합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 역시 역대급 엔저를 등에 업고 고품질의 후판을 싼값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은 국내 철강재와 해외 철강재를 7대 3 혹은 6대 4 비중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해외 제품 비중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예전부터 중국산은 값이 저렴한 만큼 품질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는데 요즈음 현장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후판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선급으로부터 인증 받을 만큼 품질 면에서 상당히 개선됐다고 합니다.
다만 납기 지연 등은 여전해 아직은 국산 철강재를 메인으로, 중국산은 보조로 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극심한 업황 부진 때문이지요?
얼마나 안 좋은 것입니까?
<기자>
철강업계는 사상 최악의 건설경기 부진으로 10여 년만에 철근 재고량이 최대치일 정도로 불황에 빠져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산 등 저가 수입산이 밀려들면서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7,050억 원 -> 5,830억 원), 83%(3,340억 원 -> 560억 원) 넘게 줄었습니다.
이번 2분기 실적 전망은 더 암울합니다.
영업이익 기준 포스코는 전년 동기 대비 45%(1.3조 원- > 7,030억 원), 현대제철은 60%(4,650억 원 -> 1,870억 원) 감소할 전망입니다.
업황 회복을 당장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산업1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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