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종목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빚투' 열기까지 뜨거워지고 있다.
15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3일 기준 11억5천900만원으로 한 달 전(1억700만원)보다 10배(983%) 늘었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그만큼 해태제과식품에 대한 '빚투'가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태제과식품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내 신용융자 잔고 증가율 상위 종목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롯데웰푸드도 신용잔고가 6억8천300만원에서 34억2천700만원으로 한 달 새 402% 늘었다. 농심홀딩스도 2억6천300만원에서 9억1천1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246% 증가했다.
크라운제과164%), CJ씨푸드(163%), 한성기업(141%), 풀무원(128%), 동원F&B(108%) 등 다른 음식료주의 신용잔고도 가파르게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평균 신용잔고 증가율(6.3%)을 크게 웃돈다.
'K-푸드' 인기를 업고 삼양식품은 1분기 면·스낵 해외 매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83% 늘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12일 농심이 수출 증가 대응 차원에서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14일에는 사조대림이 미국에 냉동김밥 36t(톤)을 수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일 롯데웰푸드가 코코아 제과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하고, 같은 날 롯데칠성은 6개 음료 출고가를 평균 7% 인상해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국내 외식 물가가 오르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집밥을 선호하며 가공식품 수요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업종 센티멘털(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아울러 외식 대비 가공식품 가격의 메리트가 부각되며 국내 물량 수요가 증가하고, 해외 매출 확대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음식료품 업종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26% 올라 업종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중 국내 식품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Fn K-푸드' 상승률도 27%에 달했다.
최근의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음식료 종목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연구원은 "최근 음식료 업종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 음식료 업종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은 10배로 크게 부담스러운 구간은 아니다"라며 "지난 20년간 음식료 업종 P/E는 13.4배 수준이었고, 음식료 업종은 본래 안정적인 실적을 낸다는 점에서 코스피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아왔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음식료 업종 지수 상승은 2011∼2012년 리레이팅(재평가) 시기와 유사한데, 당시 판가 인상과 해외 수출 확대로 2011년과 2012년 음식료 업종 수익률은 각각 22.6%, 25.6%로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상회했다"며 "과거 리레이팅 시기를 감안할 때 추가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어 기후 문제로 곡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음식료 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곡물 가격 상승은 음식료 기업에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하나 단기적으로는 원가 부담에 따른 매출총이익률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보다는 가격 전가가 용이한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의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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