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자에게 무거운 처벌 규정을 적용하려면구체적으로 판매하거나 배포할 목적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백모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취업 제한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
백씨는 2020년 2∼4월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2천121개를 보관(청소년성보호법 위반)하고, 이를 판매할 것처럼 속여 구매 희망자들로부터 6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가로챈(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의 쟁점은 백씨에게 청소년성보호법의 처벌조항 중 무엇을 적용할지였다.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백씨에게 적용된 옛 청소년성보호법 11조 2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했다.
반면 같은 조 5항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했다.
단순 소지와 목적성 소지의 형량을 달리 정한 것이다.
검찰은 11조 2항의 '이를 목적으로'라는 문구는 '영리를 목적으로'와 같은 것으로 봐야 하고, 백씨에게 그 목적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씨는 '이를 목적으로'란 '판매·대여·배포·제공할 목적'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고, 자신은 실제 판매할 의사는 없었으므로 11조 5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백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무거운 처벌 조항을 적용하려면 '판매·대여·배포·제공'할 목적으로 소지했음이 입증돼야 한다는 게 2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11조 2항이 '소지·운반'을 '판매·대여·배포·제공'과 대등하게 열거하지 않고 굳이 '이를 목적으로'라는 수식어 뒤에 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목적으로'를 '영리를 목적으로'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백씨가 구매희망자들을 속일 목적으로 보관한 사실은 있지만 실제 판매 목적은 입증되지 않았다며 11조 5항을 적용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옛 청소년성보호법이 정한 '이를 목적으로'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2020년 6월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돼 현재는 11조 2항을 어기면 5년 이상의 징역, 11조 5항을 어기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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