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그룹 계열사들이 계속해서 폭죽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어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에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성사했는데요. 오늘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조선소를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수 구조를 살펴보면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미국 법인을 통해 각각 60%, 40%의 지분을 가져갑니다. 인수 금액은 약 1억 달러인데요.
이번 인수 소식에도 오늘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못해 차갑습니다. 장 초반 급등했던 주가는 금세 파랗게 질려버렸는데요. 이번 인수가 잘못된 인수였던 걸까요? 취재한 내용들 짚어드리겠습니다.
<앵커>
한화 그룹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오늘 오전 공시했습니다. 우리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하는 건데요. 정 기자, 이번에 한화에서 사들인 필리 조선소가 어떤 곳입니까?
<기자>
네, 우선 위치부터 보면요. 조선소는 필라델피아 해군 기지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그림으로 보시는 것처럼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인데요. 현재 미국 해군이나 해경의 배를 수리하거나 유지보수도 할 자격을 보유한 조선소로, 한화에서 향후 미국 해군 MRO 사업에 진출할 여지가 마련됩니다. 그리고 조선소 설비를 보면, 드라이 독(dock)이 2개 있어 항공모함을 제외한 미군 대부분 배를 소화할 수 있고요. 660톤급 골리앗 크레인 등 수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작업을 맡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컨테이너선 6척 등 설립 이후 총 34척을 건조하기도 했고요.
다만 아쉬운 건 재무상황인데요. 지난해 기준 영업손실 규모가 7,161만 달러입니다. 2018년부터 6년째 적자가 지속되며 부분 자본잠식 상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수 금액인 1억 달러가 시총을 감안하면 조금 비싼 금액이긴 하지만요. 업계에선 이 금액을 들여 경영 정상화를 위한 투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화오션 측에 문의한 결과, 인수 후, 수익성 개선, 사업 운영 고도화, 신규 사업개발 등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영진도 현지의 기존 인력과 본사 인력으로 함께 구성하는 등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해군의 함정의 MRO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잖아요. 이번 필리 조선소 인수가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잘 해줄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해군 MRO 시장이 연 20조 원 규모의 시장인 만큼, 한화오션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왔는데요. 필리 조선소가 존스법(Jones Act)이라고 해서, 이 자격을 갖고 있는 조선소인 만큼 문이 열린 건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라이선스를 산 셈이죠. 그리고 군함의 전투체계와 레이더 등을 공급하는 한화시스템이 같이 들어왔다는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부분이고요.
그리고 취재하면서 들은 내용인데, 필리 조선소 인수 건은, 최근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호주 방산업체인 '오스탈'사 인수 검토 이전부터 논의를 해온 건이라고 합니다. 최근 조건 협의가 진전되며 인수를 결정한 것인 만큼, 상당히 이전부터 준비를 해온 건이었던 겁니다.
또한 시장에선 필리 조선소를 시작으로 추가 인수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거든요. 당장 한화오션에서 2차 증자를 통해 조달해서, 3,600억 원을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었는데요. 이번에 한화오션에서 집행한 금액이 552억 원입니다. 3천억 원가량 지갑이 두둑한 거죠. 이와 관련해 취재해 본 결과, 추가 조선소 인수는 아닌 것 같고요. 최근 미국의 LNG 업체 넥스트 디케이드에 대한 지분 투자에도 일부 투입했고, 오스탈사 인수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소식 한 줄로 정리해 볼까요?
<기자>
"칠리(Chili), 필리(Philly), 딜리(Di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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