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잔액, 올들어 16조원 순증
은행별 대출 순증 한도 소진에
하반기 가산금리, 신용평가 강화 전망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상반기에 벌써 올해의 가계대출 순증 한도에 도달한 만큼, 하반기에는 실수요자들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출 가뭄’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형(5년 주기형) 금리는 2.94~5.57%로 집계됐다.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한 것은 신한은행으로, 최저 2.94%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주담대 하단 금리가 2%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21년 3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국민은행은 3.09%, 하나은행은 3.17%로 최하단이 잡혔다.
이 같은 주담대 금리 하락은 고정금리형 상품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기준 은행채 5년물 평균금리는 연 3.451%로, 기준금리(연 3.5%)보다 낮은 수준에 형성됐다.
금리 하락은 상반기 내내 급증했던 주담대에 더욱 불을 붙일 전망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546조원으로, 올해에만 16조원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달에도 주담대 잔액이 5조원 가까이 순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정책 대출 상품의 허들을 낮추고 있는 점도 대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는 올들어 2년 내 아이를 낳거나 입양한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9억원 이하 주택 마련 자금을 최대 5억원까지 최저 연 1.6% 저금리로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 대출을 시행했고, 다음달부터는 해당 상품의 소득 조건을 추가로 완화한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가 가계대출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기존의 DSR에 향후 금리 변동성을 감안한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하는 제도다. 최소 1.5%포인트, 최대 3.0%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대출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은행권에서 신규 대출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말, 금융당국에 올해 대출 증가율을 GDP 성장율인 1.5%에서 2.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통보했다. 5대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올해 11조원에서 13조원의 대출 순증이 가능한 것인 것, 5대 은행은 이미 5월말을 기준으로 대출이 13조원 가까이 순증해 하반기에는 전체 대출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최대 수요처인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 정부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과 각종 정책 대출 상품 확대 등으로 인해 시장 금리를 끌어내리고 수요를 확대시킨 정책이 가계부채 억제와 상반되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하반기에는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상품의 대상자가 아니면 1금융권의 대출 이용이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며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이 높은 차주도 더 낮은 단계의 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주담대의 경우 과거라면 대출 승인이 되었을 물건이 거부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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