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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섭취는 '비싼 오줌' 만들기?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김수진 기자

입력 2024-06-22 09:00  

서울 종로의 한 대형약국에서 고함량 비타민을 사고 있는 시민.

"인체는 그렇게 많이 흡수하지 못 해. 너는 지금 아주 비싼 오줌을 사고 있는거야."

미국 CBS에서 방영했던 유명 쇼 프로그램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에서 이론물리학자인 셸든이 비타민을 사는 여주인공에게 하는 대사다. 이 대사는 정확한 말일까, 프로그램 속 여주인공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

비타민제를 먹는 사람은 흔하다. 질병관리청 식이보충제 복용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44.9%는 비타민을 먹는다(2022년 발표, 2020년 기준). 적지 않은 비율이다.

최근에는 한술 더 떠 '고함량'·'이중제형'이 유행이다. '명품 비타민' 마케팅에 성공한 한 제약사의 고함량·이중제형 제품은 지난해 연매출 1,000억을 돌파했다. 고함량이란 단어의 기준을 정부에서 관리하는 건 아니다. 업계에서는 통상 특정 성분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1일 영양성분 기준치'를 초과하면 해당 단어를 사용한다. 이중제형은 두 가지 제형이 결합된 형태로, 1회 복용분에 알약과 정제를 함께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식이다. 두 가지를 한 번에 먹으니 섭취하는 비타민의 양도 자연히 많은 편이다.

고함량 비타민은 가격이 비싸다. 가격은 1회 분량에 1천원~5천원선. 기본 비타민제는 1정에 몇백원선 수준이다. 고함량 비타민은 비싼 만큼,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만큼 효과가 좋을까.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답한다. 비타민은 '보충'해야하는 영양소다. 보충이 필요한 상황이면 도움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함량 비타민, 도움되는 경우는?

박계영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정 비타민이 유난히 결핍된 사람에게는 고함량 비타민이 효과적"이라며 "예를 들어 혈액검사를 해 봤는데 비타민D가 심각하게 결핍되어 있는데 평소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뼈를 튼튼하게 해 주는 고함량 비타민D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질환으로 위(胃)나 소장을 일부라도 절제한 사람은 비타민B12가 부족할 수 있다. 위에서 분비되는 특정 성분이 비타민B12의 흡수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비타민B가 고함량으로 함유된 제품이 필요하다.

채식주의자도 마찬가지다. 식물성 식품에는 비타민B12가 적어, 유제품을 섭취하는 채식주의자라 해도 약 32%는 비타민B12 결핍이라는 연구도 있다. 완전 채식(VEGAN)주의자라면 결핍 확률은 90%까지 커진다.

김정하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으로 유통되는 비타민보다, 일반의약품으로 유통되는 비타민이 품질 관리가 까다롭다"며 "일반의약품인 비타민에는 모두 설명서에 적응증과 금기 대상이 적혀 있는데, 이 적응증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단기적으로 먹었을 때 도움이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 비타민의 경우, 효능을 볼 수 있는 적응증과 금기인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고함량'으로 광고하는 한 일반의약품 비타민의 포장을 살펴봤더니 구내염, 신경통 등 특정 질병에 효능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김정하 교수는 "적응증에 해당한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단기간 섭취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함량 비타민, 피해야 하는 사람은?

반대로 고함량 비타민이 큰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삼시세끼를 균형잡힌 영양소로 구성해 먹는 사람'은 고함량 비타민이 필요없다고 설명한다. 끼니가 채소와 과일,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면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라 비싼 고함량 비타민을 먹어봤자 오줌으로 배출된다는 이야기다. 식사를 잘 챙겨먹는, 젊고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더 그렇다. 앞서 언급한 '빅뱅이론'의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신장질환이 있어도 고함량 비타민을 피해야 한다. 박계영 교수는 "고함량 비타민C 같은 경우 몸에서 쓰고 남은 비타민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부담을 줘 신장 관련 수치가 나빠질 수 있다"며 "대사 과정에서 신장결석이 생길수도 있어, 신장결석 경험이 있어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이나 위장 기능이 떨어진 고령자도 고함량 섭취에 신중해야 한다. 김정하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자라면 철분이 고함량 들어간 비타민제는 권하지 않는 편"이라며 "고용량 철분 섭취는 간과 위장에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흡연자는 베타카로틴·레티놀·루테인이 고함량으로 포함된 비타민제를 꾸준히 먹으면 폐암 발병률이 높아져 피해야 한다.

제품 설명상 '금기사항'이나 '주의사항'에 해당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기·주의사항은 제제마다 다르니 설명서를 읽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고함량 비타민은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생제를 먹는 사람은 비타민이 항생제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약을 복용하는 동안 복용을 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타민이 부족한 사람이나, 육체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 비타민제는 도움이 된다. 또한 일반인 기준으로 일반 종합비타민을 하루에 한 알 먹는 것으로 비타민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 고함량 비타민의 경우 사람에 따라 '비싼 오줌'이 되거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니 섭취 전 의료전문가와 상의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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