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금융시스템의 단기적 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인 ‘주의’ 단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빚을 갚는 데 한계에 이른 저소득 다중채무자·자영업자 등 취약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 2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악화 등이 한국 금융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불안지수는 15.9로 완만한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월별 금융불안지수는 △1월 17.5 △2월 16.9 △3월 16.4 △4월 16.1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비은행금융기관의 연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금융 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금융취약성지수(FVI) 역시 지난해 4분기 32.9에서 올해 1분기 30.5로 2.4%포인트(p) 하락했다. 2008년 이후 장기 평균(35.3%)을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국내 금융시스템은 실물경기 회복 흐름 속 금융기관의 복원력과 대외지급능력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며 “FSI는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FVI는 민간신용 레버리지 하락, 주택시장 안정세 등 영향으로 장기평균을 다소 밑도는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은 줄었지만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가계신용은 올해 1분기 말 1,882조 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었지만 신용대출과 판매신용이 줄면서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9.2%(추정치)로 지난해 3분기(152.4%)에 비해 하락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지난해 3분기(45.4%) 대비 0.9%p 하락한 44.5%를 기록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중장기적 시계에서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가 아직 높은 만큼 가계 부문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GDP 대비 비율을 계속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부문의 경우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향후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신용공급 쏠림이 재연되지 않도록 비은행 금융기관 중심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 당국의 스트레스 DSR 2개월 연기 결정과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한은도 취약 부문 채무상환 부담 누증, PF 부실 위험을 걱정하고 있는데, 정책당국도 그쪽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현재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고 부동산 PF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스트레스 DSR 일정을) 미세 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DSR 연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상승 전환했는데, 금리인하 기대도 있어 앞으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부분도 많다”면서도 “이게 기조적 상승 전환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고 모니터링 하다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고, 당국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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