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로 23명이 사망한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27일 유족들을 처음 대면하고 사죄했다. 화재 사고 사흘 만이다.
박 대표는 총괄본부장인 아들과 함께 이날 오후 3시 30분께 모두누림센터에 마련된 유족 대기실을 찾아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박 대표는 "이번 참사는 저와 우리 회사 모두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장례를 포함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어떤 대책이나 조치를 취해도, 백번 천번을 사죄드려도 여러분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을 안다"며 "그러나 저희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정말 죄송하고 면목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대표 부자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유족들이 대기하는 모두누림센터를 찾아 사죄하려 했으나 내국인 유족의 한 지인이 "제안할 것을 가지고 와서 사죄해야지. 지금 와서 고개 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막아섰다.
박 대표 부자는 "보상안을 제안드리기 전에 먼저 사과부터 하고 싶어서 왔다. 진심을 담아 사죄 말씀을 드리게 유족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으나 계속 제지당했다.
유족 대기실 앞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결국 발길을 돌렸다. 아들인 박 본부장은 "무엇보다 사죄 먼저 드리고 싶어 찾아왔지만, 오히려 이렇게 저희가 대기하고 서 있는 것이 유족분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누림센터 앞 주차장에서 마주친 중국 국적 사망자 유족들이 다른 유족들 앞에서 사과하라고 요구해 박 대표 부자는 다시 대기실로 들어가 유족들 앞에서 처음 고개를 숙였다.
이에 유족들은 "한국인 희생자 유족 측 관계자만 만났다던데 외국인 희생자 유족은 쓰레기냐", "소방 안전 교육을 제대로 한 것이 맞느냐. 어떻게 사람들이 출구가 아닌 안쪽으로 대피를 하다가 죽냐", "벌써 나흘째인데 왜 이제야 나타나 사과하느냐" 등 박 대표 부자에 항의했다.
한 유족은 "아이가 엄마를 잃었다"며 "몸이고 팔다리고 온전치 못한 시신을 우리 아이가 봤다. 앞으로 이 아이는 평생을 트라우마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오열했다.
박 대표는 "여러 절차에 대해서는 준비하고 있다. 시급한 거는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보상안은 정말 최대한으로 저희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에 대해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아들 박 본부장은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유족분들 보상에 더 집중하기 위해 수사 과정 일체를 법률대리인에게 맡기기 위해 변호인단을 선임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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