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사이트 업주가 벌어들인 범죄수익 35억원을 추징하도록 명령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3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개장)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35억5천만원의 추징을 명령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다른 이들과 공모해 2013년 5월∼2015년 3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2016년 2월까지 중국 선전(심천)에서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32억원 추징을 선고했다.
2심은 형을 늘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400시간, 35억5천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추징액은 A씨가 검찰 조사에서 '직원들 급여 등 경비 명목으로 월 1억원 정도가 지출됐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최소한 매달 1억원은 벌었을 것으로 전제해 34억원을 산정했다. 여기에 A씨가 검찰 조사에서 인정한 순수익금 6억4천만원을 기소된 범행 기간인 34개월로 나눠 1억5천만원을 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죄수익과 실행 경비는 동일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2심 판결 중 추징 명령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A씨가 실행 경비를 범죄 수익금에서 냈는지, 자신의 여유 자금으로 냈는지, 타인에게서 빌려서 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하며 "(자금 출처를)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진술한 범죄 실행 경비가 바로 범죄수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법리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또 A씨가 처음에는 사이트 1개를 운영하다가 사업을 확장해 2개를 운영했고, 나중에는 공범에게 지분을 넘겨준 점을 토대로 "경험칙상 피고인이 범행 기간인 34개월 동안 얻은 범죄수익이 매월 1억원 정도로 일정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막연한 추측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1억 5천만원의 경우에도 "단순히 이 사건 범행 기간이 전체 범행 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안분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도박 사이트 운영 기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부 공범은 자백했으나 A씨는 끝까지 범죄수익의 전체 규모를 함구했다. A씨는 유사 범죄로 따로 기소돼 2016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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